코로나 전파 우려 때문에

울산 한파쉼터 67% 폐쇄

무료급식소도 운영 중단

자원봉사자수는 반토막

노인층 특히 외로움 호소

▲ 12일 찾은 울산 북구 화동경로당 출입문에는 자물쇠가 걸려 있고 코로나 확산에 따른 운영 중단 안내문만 붙어 있었다.
한파 취약계층에게 올 겨울은 유난히 더 춥다. 무료로 한 끼를 제공하던 무료급식소와 경로당, 사회복지시설은 문을 닫은 지 수개월째고 이들을 찾는 자원봉사자와 기부 물품도 줄어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한파 쉼터 67%가 문 닫아

12일 찾은 북구 화동경로당. 출입문에는 자물쇠가 굳게 걸려 있고 “신종코로나 확산으로 12월10일부터 운영을 중단한다”는 안내문만 붙어 있었다. 이곳은 취약계층이 무더위·한파를 잠시 피할 수 있도록 지정된 무더위·한파 쉼터이다.

최근 울산에 며칠째 한파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외부에서 몸을 녹일 공간을 찾기란 쉽지 않다. 또다른 한파 쉼터 역시 마찬가지. 북구 오토밸리복지센터 내 한파 쉼터를 찾아갔지만 표지판조차 없었다. 직원은 “매점일 건데 문을 안열었다”고 안내했다.

취재진은 도심 대로변의 은행으로 가서야 정상 운영중인 한파 쉼터를 찾았다. 하지만 이곳 역시 은행 내방객만 있을 뿐 마음 놓고 한파를 피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울산시에 따르면 현재 울산지역에 지정된 한파 쉼터는 937곳. 그러나 67%(627곳)가 신종코로나로 폐쇄돼 현재 운영하지 않고 있다. 폐쇄된 곳은 경로당과 사회복지시설 등이 대부분이다. 운영중인 309곳은 대부분 금융기관과 협약을 통해 지정된 곳이다. 하지만 시는 취약계층이 한파를 피할 수 있도록 한파 쉼터를 적극적으로 홍보도 하지 못하고 있다. 혹여나 한파 쉼터가 감염병 확산의 온상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한파를 피하려 하다가 사람이 많이 모여서 신종코로나에 걸릴 확률이 높다. 대신 시민행동요령 전파나 전화·방문 안부 등을 통해 한파 취약계층을 관리하고 있다”면서 “코로나 상황이 조금 나아지면 방역체계를 강화해서 한파 쉼터 등을 운영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초수급자 1년새 7000명 증가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1월 2만6000여명이었던 기초생활수급자는 지난해 12월 기준 3만3000여명으로 약 7000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구는 오히려 줄었다.

시는 기초생활수급자 확대의 주 원인이 정부의 기초생활보장제 확대로 수급자 선정 기준이 완화된 것이 주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같은 추세는 신종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소득 감소, 경기침체, 실직 등 고용 취약계층 증가와도 무관하지 않다.

게다가 한파 취약계층은 추운 날 제대로 끼니도 해결하지 못한 채 집 안에서 하루를 꼬박 보내야 하는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이나 무료급식소 등 평소 이용하던 시설들이 모두 문을 닫아 갈 곳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윤만 북구 LG아파트 경로회장은 “신종코로나 확산 전에는 경로당에 모여서 같이 식사도 하고 교류가 있었다. 지금은 1년 가까이 경로당에 가질 못했다”면서 “1년을 이렇게 보내다보니 이웃이 죽었는지, 이사갔는지 알 길이 없다. 젊은 사람들도 밖에 나가서 할 게 없는데 우린 오죽하겠느냐”고 털어놨다.

이 회장은 “지난해 9~10월쯤에 지자체에 건의를 한 번 했다. 경로당에 나오는 지원금으로 배달 음식이라도 시켜서 공원에서 우리끼리 만나서 먹으면 안되냐고 하니까 절대 안된다고 하더라”며 “얼마나 외로웠으면 그랬겠나. 정부 지시를 따르지만 회원들이 집에서 할 게 없고 외롭다 보니 하루라도 빨리 이 상황이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 반토막, 무료급식소도 중단

신종코로나 확산 이후 취약계층을 돌보는 울산지역 자원봉사 참여자 수도 반토막났다. 활발하게 이뤄지던 대면봉사에 비해 비대면봉사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1365 자원봉사포탈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지역 자원봉사자수는 총 6만9584명으로 2019년 11만7581명에 비해 5만명 가까이 줄었다.

하루 울산지역 독거노인과 노숙자 등 약 200명분의 끼니를 책임지던 무료급식소도 지난 11월 이후 멈췄다. 전국자원봉사연맹 산하의 울산대공원 무료급식소는 일주일에 세 번, 하루 한 끼 무료급식을 제공했지만 신종 코로나 확산 이후 급식을 중단했고 매번 찾던 독거노인들의 안부는 알 길이 없다.

무료급식소 관계자는 “급식 중단 이후 마스크, 코로나 배달 등도 간혹 진행했지만 후원도 많이 끊겼다. 추운 날씨에 매번 찾아오던 노인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걱정도 된다”면서 “하루 빨리 신종코로나 상황이 끝나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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