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트램 구축 사업이 복병을 만났다. 이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한 지 16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기획재정부의 조사를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그 동안 많은 시민들은 트램 구축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타당성 재조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니 시민들로서는 여간 당황스럽지 않을 것이다. 울산시는 기재부를 상대로 모든 역량을 다 쏟아부어 적극적인 설득전을 펴야 할 것이다.

사실 예타가 통과된지 16년이 지났다는 것은 그 간 울산시의 도시환경과 인구, 산업 등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16년 전의 예타 결과를 그대로 적용해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누가 봐도 무리가 있다 할 것이다. 이와 관련, 울산시는 이미 예타 조사를 통과한 사안에 대해 동일한 조사를 하지 못하는만큼 ‘타당성 재조사’라는 방식으로 사업을 다시 검증하기로 기재부와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트램 구축 사업이 B/C값 1.0을 넘느냐는 것이다. 만일 이번 재조사에서 B/C값이 1.0을 넘지 못할 경우 그 동안 구상했던 울산 교통체계는 모두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04년 12월 실시한 예타조사에서는 B/C값이 1.2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울산은 조선산업이 크게 위축됐고 자동차 산업 역시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 가운데 인구는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뿐만 아니다. 지난해 초부터 불어닥친 코로나19로 인해 시민들의 삶은 재택근무, 자가용 선호, 택배 주문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국토부의 교통시설 투자 평가 및 기재부 예타 지침에 트램과 관련된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트램에 대한 예타를 하기 위해서는 트램이 아닌 지하철 등의 철도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트램의 경제성은 당연히 불리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경기도 성남시의 경우 지난해 7월 판교 트램이 예타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중간 점검에서 B/C값이 기준인 1.0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불과 0.49에 그쳤다. 이에 따라 울산시를 비롯한 트램 관련 10개 지자체들은 트램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평가기준 수립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트램은 울산시가 계속 주장해 온 대중교통수단이다. 기재부는 오는 2022년까지 트램에 대한 타당성 재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상은 태화강역과 신복로터리간 11.63㎞ 구간을 연결하는 제1노선이다. 이번 재조사에서 트램에 대한 경제성이 높게 나올 경우 울산은 새로운 교통수단을 누릴 수 있게 되고 그에 따라 삶의 질도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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