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호 나눔천사 이재운 사회복지사
경상일보-초록우산 연중캠페인

▲ 이재운 사회복지사의 노력으로 울산지역 곳곳에서 은우씨를 돕겠다는 따뜻한 마음이 이어졌다. 이씨는 이들을 대표해 ‘집다운 집으로 8호 나눔천사’에 선정됐다.

은우씨 공동생활가정 시설장
행정복지센터 등에 도움 요청
벼랑 끝 내몰린 은우씨 찾아
쓰레기더미 집 청소에서부터
후원금까지 지역의 온정 답지
은우씨는 자립생활관서 생활

사회가 품어주지 못해 마음을 닫고 홀로 은둔생활을 하던 은우(가명·23)씨의 사연(본보 지난 5일 8면보도)을 듣고 지역사회에서 은우씨를 돕겠다는 희망천사들이 속속 등장했다. 쓰레기장 같았던 집 내부 청소를 흔쾌히 해주겠다거나 본인 아들에게 선물받은 1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은우에게 주고 싶다”는 감동적인 후원도 있었다. 은우씨를 향한 도움의 손길이 이뤄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이재운 사회복지사다.

이씨는 은우씨가 예전에 머물었던 울산의 한 공동생활가정 시설장으로, 이씨가 관할 행정복지센터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에 수개월간 연락이 되지 않던 은우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씨의 노력으로 울산지역 곳곳에서 은우씨를 돕겠다는 따뜻한 마음이 이어졌고, 이씨는 이들을 대표해 ‘집다운 집으로 8호 나눔천사’에 선정됐다.

이재운 사회복지사는 “한 아이를 돕기 위해 한 동네가, 민·관이 모두 힘을 합쳤다. 주변의 도움에 든든하고 감사했다”며 “은우를 발견했을 때는 수도세, 전기세 등이 모두 미납돼 씻지도 못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한 상태였다. 이후 관할 행정복지센터의 도움으로 집 청소를 할 수 있었고 민·관의 도움으로 은우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와 관할 행정복지센터는 은우씨가 더 이상 거주지에서 생활할 수 없다고 판단, 울산의 한 자립생활관으로 거처를 옮기도록 했다. 성인이지만 24세까지 향후 2년간은 자립생활관에서 생활이 가능하다.

 

이 사회복지사는 “중3인 은우를 처음 발견했을 때도 상황이 비슷했다. 부모는 아이를 내팽개치고 관심도 없었다. 사실상 학대와 방임이나 마찬가지였다”며 “은우가 복지사각지대에서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건 공동생활가정에 늦게 들어와 거주했던 기간이 짧았고 성인이 되면서 자립을 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은우씨를 발견한 동시에 이씨는 지역사회에 도움을 요청했고 본인을 포함해 8명의 후원자가 흔쾌히 후원, 약 230만원의 후원금을 마련했다. 이씨는 “도움을 요청했을 때 누구도 거절한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은우씨 집을 청소해줬던 한 환경미화원도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를 통해 100만원을 전달하는 등 총 400여만원의 후원금이 은우씨에게 전달됐다.

이 사회복지사는 “주변에서 은우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면 고독사로 죽은 채 발견됐을 것이다. 제가 아이를 가족처럼 돌봤지만 성인이 되면 제3자의 관계가 된다. 행방불명으로 신고를 하려 해도 가족이 아니어서 안된다고 하더라”며 “관할 행정복지센터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직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은우씨는 자립생활관에서 생활하면서 새로운 꿈을 키워가고 있다.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은우씨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지만 어릴 때부터 학대와 방임으로 보호받지 못해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게다가 2년 후에는 자립생활관도 나와 또다시 자립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고민거리다.

이 사회복지사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금전적 지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변의 관심, 좋은 어른이 필요하다.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 도움을 주면 이 아이들이 자라서 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선순환이 된다”면서 “홀로서기를 해야하는 아이들이 이렇게 세상에 좋은 어른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언제든 도움을 요청하고 마음 편히 기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울산지역 주거빈곤아동 주거비 지원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울산지역본부(052·275·3456) 혹은 QR코드로 접속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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