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홍 사회부 기자

지난 2019년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태화강은 이제 울산시민들의 안락한 보금자리이자 외지 관광객들에게 자랑할만한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가족 단위의 시민들 뿐 아니라 2030 세대에게도 각광을 받고 있다. 야외 술자리를 찾는 대학생들에게는 태화강국가정원만한 곳이 없는 셈이다. 이제 서울 한강공원이나 부산 민락수변공원같은 ‘핫 플레이스’를 울산시민들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정성들여 가꾼 꽃밭과 국가적으로 인정받은 정원에서 요즘 난데없는 쓰레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한다. 시민들 스스로가 먹고 남은 배달 음식물이나 쓰레기를 고스란히 두고 가기 때문이다. 먹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있다보니 저녁 늦게 산책 나온 시민들은 혀를 끌끌 찬다. 태화강국가정원 전체가 금연구역이지만 젊은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를 뻑뻑 피워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2년째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수의 시민들이 쌓인 스트레스를 모르는 건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오후 10시 이후에는 딱히 갈 곳이 없어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2차, 3차를 시간 제한 없는 태화강국가정원으로 점 찍은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태화강은 1990년대만해도 죽음의 강으로 불렸다. 지난 1992년에는 한 해 동안 다섯 차례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인근 생활하수와 상류의 축산폐수, 공장폐수가 흘러들어 공해도시 울산의 상징이었다. 물고기 집단 폐사는 주요 뉴스에 끼지 못할 정도로 흔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울산시와 시민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현재 태화강은 연어와 황어가 돌아오는 생명의 강으로 거듭났고 태화강 일원은 국가적으로 인정받은 제2호 국가정원이 됐다.

지금처럼 야간 음주와 고성방가, 쓰레기 무단투기, 방역수칙 미준수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울산시와 시민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시는 텐트허용구역이자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잡은 소풍마당(잔디원)을 전면 폐쇄할지도 모른다. 일부 시민들의 몰상식한 행동으로 다수 시민들이 피해를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전면 폐쇄 말고는 딱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울산시의 말이 예사롭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내가 가져온 쓰레기는 되가져가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대해본다. 정세홍 사회부 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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