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중 경제부 차장

언제부터인가 ‘2억t 물동량’은 울산항의 장밋빛 미래를 지칭하는 대명사로 통했다.

글로벌 최대무역항으로 발돋움해가는 세계적인 항만인 부산항과 바로 인접해 있는데다 광양·인천 등 국내 타 항만이 집중적인 투자로 턱밑까지 추격해오고, 인접국가인 일본과 중국마저 해양강국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등 대내외 악조건(?) 속에서도 울산항이 나름의 생존방안을 확고히 다져나가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기업의 수출입화물로 집계되는 물동량은 해당 항만의 성장지표로 인식된다. 그만큼 항만당국과 수출기업 모두 물동량 지표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미래지향적인 긍정적 시그널이 화주인 기업에서 조차 찾아보기 힘들 지경이다.

지난해 울산항 물동량이 글로벌 경기악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 등으로 4년만에 2억t으로 떨어졌는데, 올해는 상황이 더 악화될 조짐을 보인다. 올들어 4월까지 누계 물동량이 1년전에 비해 10% 정도 하락했다. 주력물품인 유류 및 액체화물이 13% 줄었고 컨테이너 물량은 4.5% 감소했다. 급격한 상황 반전이 아니고는 전년대비 물량 증가세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의 연속이다.

물류 현장의 체감은 한파 그 자체다. 선박 입항수는 전년대비 7% 가까이 줄었다. 이는 곧 항내 서비스 산업 악화로 이어지면서 결국 전체 항세위축으로 파장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울산항 관련 해운항만사업 매출액은 4조4363억원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를 토대로 보면, 울산항을 매개로 화물운송업, 대리중개업, 하역업 등 상당수 해운항만산업도 생존위협에 직면한 상태다. 울산지역 기업들은 수출선적을 위해 울산항이 아닌 타 항만으로 내몰리고 있다. 항만간 물량유치를 놓고 소리없는 전쟁도 더욱 치열해진다. 이대로 몇년, 아니 몇달만 더 지속되면 울산항은 물량도 빠지고, 기업도 외면하면서 세계시장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도태될 수 밖에 없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물량이탈은 순식간이고, 물량확충은 하세월이다”는 푸념이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글로벌 산업재편이 가속화되면서 항만도 대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다. 항세확장, 수출환경 개선, 부두 생산성 향상 등 미래형 향만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성장은 차치하고 후진국형 항만으로의 추락은 불 보듯 뻔하다. 항만당국은 물론 울산시도 항만활성화를 위해 비상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수출도시인 울산이, 주요 수출입루트인 울산항을 통해 에너지해양 중심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조선, 해운, 항만을 아우르는 통합 조직으로 울산형 항만TF팀을 조직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기업들의 산업물류 구조 자체가 변화되는 만큼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출물류 인프라 확충도 시급하다. 부두 기능재편도 이런측면에서 보다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갖춰야 한다. 현재 물량 확충을 위한 행정적 당근책(?)이 어느정도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언제까지 울산을 빠져나가는 물량을 넋 놓고 바라보고만 있을 순 없지 않은가. 이형중 경제부 차장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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