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온정을-일곱 장애인 가족의 가장 김대수씨(가명·장애인)〉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의 한 하천변 다리 밑. 얼기설기 이은 슬레트 지붕과 금방이라도 차오를 듯 한 물가에 옹색한 살림도구가 어지럽게 늘려 있다.
 언뜻 어렵던 60년대가 떠오르는 풍경이지만 이곳은 현재 김대수씨(48·가명) 가족이 생활을 꾸려가는 소중한 보금자리이다.
 김씨 가족은 초등학교를 다니는 딸 3명과 중학교를 마치고 진학을 포기한 큰 아들(17), 80을 넘긴 할머니와 부인(39) 등 모두 일곱. 빌린 논이지만 김씨가 직접 농사를 짓고, 생계비 지원과 의료보호를 받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언뜻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할머니를 제외한 가족 모두 지능이 떨어져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할 수 없다는 심각한 문제를 금방 알게 된다.
 정작 김씨 부터 정신지체 1급 등록 장애인. 부인은 살림살이는 커녕 아이들 학교 뒷바라지도 하지 않아 또래 아이들보다 지능이 떨어진 큰 아들도 학교가는 걸 아예 포기했다.
 그나마 초등학교를 다니는 딸 3명이 조금 나은 상태지만 이들도 가족의 영향 때문인지 평범한 집 아이들보다 행동이나 대화능력이 떨어진다.
 울주군 범서읍 장동섭 사회복지사(39)는 "가족의 영향과 초기 증상을 방치해 나타나는 전형적인 발달장애 현상"으로 진단했다.
 현재 김씨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은 무허가. 또 하천변이어서 여름철에 많은 비가 내리면 정상적인 사고능력이 떨어지는 이들 가족은 꼼짝없이 사고를 당할 소지가 높다.
 슬레트 지붕의 방 두 칸중 한 칸은 아버지가 열쇠로 잠궈 놓고 있어 안에 뭐가 있는 지 모르며, 다른 칸은 부인이 생활하고 있다. 방에 있는 물건부터 치워야 다소 위생상태가 나아질 것처럼 보였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소 외양간을 개조한 할머니 방이 그나마 사람사는 공간 같지만 냄새나기는 마찬가지.
 작은 가마 솥에 나무로 불을 지피는 생활때문에 부엌 안은 한 낮인데도 어둑하며 코드를 뽑아 놓은 새카만 냉장고는 텅 비어있다. 동네로 들어서는 길가와 바로 붙어 있는 작은 세면대에는 그릇이 나뒹굴며, 하천변 두동강 난 드럼통 위에 얹어 놓은 가마솥에서 나무로 불을 때 밥을 해먹고 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 3명은 자꾸만 남의 물건에 손을 대 골치를 앓고 있다. 또 막내 딸은 이마와 목, 팔 등에 심한 화상자국이 남아 있어 성인이 되더라도 이래저래 고충이 많을 수 밖에 없는 딱한 처지이다.
 장동섭 사회복지사는 "살림살이에 사회복지 급여를 제대로 사용하도록 도와주거나 밑반찬이라도 마련해 정기적으로 생활을 돌볼 손길이 필요하다"며 "특히 아이들의 지능지수와 발달장애 등을 진단해 치료해줄 구제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박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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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수씨 가족을 도우려면
△재가봉사원=울주군에서 매월 두차례 김씨의 집을 찾아 생활을 돌보고 있습니다. 밑반찬을 챙겨주고, 살림살이를 돌봐줄 재가봉사원(월 2회 정도)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의료혜택=또래보다 뒤떨어지는 지능이지만 아이들은 그나마 학교생활을 할 정도는 됩니다. 먼저 발달장애 치료가능 여부를 진단해 줄 의료기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막내 딸은 목에 있는 화상자국을 없애줄 도움도 절실합니다.
△생필품과 밑반찬=전기밥솥과 밥통이 필요합니다. 기본적인 주방용품이 조금 더 있었으면 합니다. 또 가능하다면 정기적으로 밑반찬을 대줄 곳이 필요합니다. 아이들 간식거리가 있으면 더욱 좋습니다.
△학용품과 장난감=무엇보다 아이들 학용품과 소형 자전거 등 아이들의 소유욕을 채워 줄 장남감 등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자꾸 남의 물건에 손을 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집 수리와 사고예방=전기시설이나 사고요인을 점검해 줄 단체가 필요합니다. 오래되고 낡은 집인데다 돌보지 않아 청결상태가 매우 불량해 집 보수가 절실합니다. 도움 주실 분은 대표전화(1544·9575)와 계좌(예금주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계좌번호 경남은행 632-07-0003792)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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