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차·조선 등 주력산업 침체의 늪
약해질대로 약해진 울산의 산업동력
물류까지 멈추며 산업에 치명적 손상

▲ 이재명 논설위원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경제 손실이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에 울산시와 울산지방해양수산청은 기존 비상수송대책본부를 재난안전대책본부로 전환해 운영에 들어갔다. 울산경찰청도 물류수송 특별보호팀을 가동했다. 일각에서는 울산지역 공사장의 절반 이상이 멈출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물류(物流)는 혈류(血流)와 같아서 한 번 막히면 산업에 치명적인 손상을 준다. 특히 울산은 대한민국 제조업의 심장이라 할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심장에 피가 멎으면 대한민국 산업은 그대로 주저앉게 된다.

안 그래도 울산은 산업 동력이 약해질대로 약해진 상태다. 최근 발표된 동남지방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울산의 지역내총생산액은 전년 대비 5조3000억원 감소한 69조4000억원을 기록해 울산의 실질경제성장률은 17개 시·도 중에서 가장 낮은 -6.8%를 나타냈다.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지역의 체력이 그만큼 소진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온산산업단지의 경우 올해 3월 가동률이 95%까지 치솟았으나 9월 들어서는 90.9%로 급감했다. 미포산단 역시 상반기 가동률이 89%까지 높아졌으나 9월에는 85.9%로 떨어졌다.

일례로 석유화학단지는 지금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최근 울산 고무공장 가동을 중단했으며, 롯데케미칼은 올 들어 울산공장 메타자일렌과 파라자일렌 생산라인 2개를 멈췄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불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에서는 ‘돌릴수록 손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는 이미 미래 자동차 경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는데, 우리 부품업계는 아직도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1일 울산롯데호텔에서 미래차 관련 대토론회가 열렸는데, 그 내용이 가히 비관적이다.

발표된 자료를 보면 울산지역 부품업체들 중 R&D투자 비중이 매출액 대비 1% 이상인 기업은 22.2%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울산지역 내 522개 자동차 부품 관련기업 가운데 부가가치가 높은 미래차 전장 부품 기업은 11.5%에 불과했다. 부품업계의 기술이 따라가지 못하면 미래자동차의 앞날은 빛좋은 개살구에 다름없다.

조선은 또 어떤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올 연말 기준 국내 조선업 인력 부족 예상인원은 9500명, 2023년 상반기에는 1만1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울산의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 3500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협력사들의 생산직 인력의 공급은 거의 끊긴 상태다. 조선업계는 10년만에 수주호황을 맞았지만 정작 배를 만들 사람은 없는 곤혹스런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이다. 여기다 설상가상으로 현대중공업 조선 3사는 다음 달 13일 무기한 파업을 예고해놓은 상태다.

울산의 3대 주력산업이 이처럼 침체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 이번 화물연대 파업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울산지역 산업단지의 가동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상태에서 원료와 에너지의 공급이 차단되면 지역 경제는 그야말로 빈사 상태로 나가떨어질 것이 뻔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우리 산업 기반이 초토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울산은 국내 최대의 제조업 도시이면서 최대의 수출도시다. 그러나 울산의 경기침체는 오히려 더 깊어지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에다 생산성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최근 “내년 상반기가 특히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화물연대의 파업이 울산시민들의 주름살을 더욱 골깊게 할 것으로 보여 걱정이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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