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권 사회부 기자

지난 8일 밤 울산 울주군의 한 곰 사육 농장에서 곰 3마리가 탈출했다가 사살됐다. 사육장 앞에선 농장을 경영하는 60대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는데 탈출한 곰의 습격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무허가 시설인 해당 농장은 지난해 곰 탈출 사고로 벌금형까지 선고받았음에도 곰을 계속 사육했고, 관계 기관도 대책을 찾지 못하고 이를 방치했다.

해당 농가는 지난 2018년 경기도 용인과 여주에 위치한 농가로부터 불법 증식한 반달가슴곰 4마리를 받아 키워왔다. 이중 1마리는 두 달전 병사했고, 이번에 탈출한 3마리는 사살됐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이 있다.

사건 발생 2주 전, 기자는 해당 농장주와 만난 적이 있다. 당시 농장주는 팔에 깁스를 한 상태였고 기르던 동물에게 밥을 주다 다쳤다는 말만 했다. 이미 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 곰들은 공격성을 드러냈었던 것이다.

어쩌면 지난해 곰 탈출 사고와 2주 전 다친 상처는 대형 사고의 징후였을 수도 있다. 결국 예고된 사고라는 의미다.

환경부는 이번 사고가 발생한 지 하루 뒤인 지난 9일 전국 곰 사육 농가 전수조사에 나선다고 했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실시하는 전수조사는 의미가 없고 ‘늦장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관계자는 “작년에 탈출했을 때 관계 기관에서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며 “당장 내일 불법 증식하고 있는 다른 곳에서 이와 같은 사고가 발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환경부에서 공식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곰 사육 농가는 22곳이며, 사육 곰은 319마리다.

하지만 이 곰들은 재수출용(웅담채취용)이고 불법 증식한 개체 수는 제대로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5월 발의된 ‘곰 사육 금지 및 보호에 관한 특별 법안’도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환경부가 사육 곰에 대한 몰수 및 보호 조치를 해도 현재 국내에는 곰이 머물 수 있는 시설이 전무하다.

환경부는 지난 1월 ‘곰 사육 종식을 위한 협약서’를 발표하며 2026년부터 곰 사육을 금지하기로 하고 2024년까지 전남 구례에 사육 곰 보호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조속한 법안 통과와 사육 곰 보호시설이 설치돼 두 번 다시 비극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박재권 사회부 기자 jaekwo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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