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지혜 정경부 기자
정부가 공기업들을 대상으로 경영평가를 하던 기간 동안 울산항만공사와 관련된 수많은 이슈들이 쏟아졌다. 울산항 정박지 부족사태에다, 항만에서 탄피까지 발견되는 등 예민한 사안이 튀어나왔다. 아쉬운 부분은 관련 내용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관련기관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 개선의 의지보다는 그저 부정하거나 쉬쉬하는 분위기가 강했다는 점이다.

처음 기자가 되고 취재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뺑뺑이’었다. 취재와 관련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관계기관에 통화하면 담당자는 본인 소관이 아니라며 다른 기관 혹은 부서에 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처음 전화했던 담당자에게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3년차 기자가 된 지금도 취재가 어렵긴 마찬가지다. 해당 내용을 알고 관계기관에 전화해도 아니라고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부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예민한 사안이거나 책임을 져야하는 내용일 경우에는 회피하는 경향이 더욱 크다. 해당기관의 책임이 아니라서 부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책임을 지기 싫어서 부정하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지난달 울산항에서 탄피가 발견됐을때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14일 울산항 5부두 울산세관 건물 옆에서 탄피가 발견됐다. 탄피는 울산항 경비원에 의해 발견됐으며 이후 경찰이 수거해 대공 혐의점 등을 수사한 뒤 군부대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라는 사실 확인을 위해 하루종일 관계기관들과 통화해야만 했다. 사건 발생일자와 장소, 탄피를 누가 발견했는지, 수사는 어떻게 진행됐는지 등을 알아내는데까지 총 몇명의 담당자와 통화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다.

지난달 초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실탄이 발견되고, 대통령이 울산항을 방문한 이후라 시기적으로 예민하다는 것은 이해한다. 그렇다고 해도 해당 사실에 대해 쉬쉬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울산항에서 탄피가 발견된 것은 보안에 허점이 생겼다는 것인데, 왜 사건을 축소시키고 부정만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만일 탄피가 아니라 실탄이 발견됐다면 어쩔뻔 했나.

해당 사실을 제보받고 취재할때 누가 이야기해줬냐고 묻는 관계기관들의 태도도 실망스럽다. 중요한 건 누가 해당 사실을 알려줬냐가 아닌 왜 그런일이 발생했으며, 이 일을 어떻게 책임지고 해결할 것인가다.

“부정한다고 뭐가 달라집니까?”라는 말이 생각난다. 아무리 해당 사실에 대해서 부정하고 쉬쉬해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사건이 발생한 사실에 대해 부정하는 회피적인 태도보다는,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개선하겠다는 보다 책임감 있는 태도를 기대해본다.

권지혜 정경부 기자 ji149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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