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래차 정책’에 울산은 빠져
생산거점 전락·부품업계도 생존위협
미래차 선도할 변화와 생존전략 필요

▲ 김창식 논설실장

“전기자동차의 시대가 올 것이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전 회장). “자율주행 자동차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엘런 머스크 테슬라 CEO). “공유 자동차의 시대가 올 것이다”(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대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여기에 정보통신기술 발전과 사회 트랜드 변화가 맞물리면서 전기차, 자율주행, 연결성, 공유 등이 자동차 산업의 미래 키워드가 됐다. 자동차는 반도체와 AI(인공지능), 로보틱스, UAM 등 첨단 기술과 융합되는 ‘모빌리티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울산은 ‘대한민국 성공신화의 주역’ 정주영 전 현대차 명예회장이 일궈놓은 ‘자동차의 성지’와 같은 도시다. 정 회장이 1968년 완공한 현대차 울산공장은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이다. 현대차는 1975년 울산공장의 첫 독자 모델 ‘포니’ 성공을 발판 삼아 지난해 글로벌 ‘빅3’로 진입했다. 왕 회장의 ‘도전과 혁신 DNA’를 대물림해 지금 이 시간에도 성공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는 곳이 현대차이고, 울산이다.

자동차는 명실공히 울산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산업이다. 2021년 기준 울산의 자동차 사업체는 823개로 울산 전체 4대 주력산업(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비철금속)의 42.5%를 차지했다. 자동차산업 종사자는 5만3150명으로 4대 주력산업의 42.7%를 점유했다. 올해 상반기 울산 자동차(완성차)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3% 증가한 133.9억 달러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주력산업의 위기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생산과 일자리 공백을 메워주고 있는게 자동차 산업이다.

때마침 현대차는 2025년까지 울산에 2조2879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전용공장을 짓기로 했다. 1996년 충남 아산공장 가동 이후 28년 만에 국내에 짓는 현대차의 신공장이다. 정부의 첨단투자지구로 지정돼 맞춤형 지원과 규제 특례 혜택이 부여된다. 모처럼의 대규모 울산 투자로, 안정적인 매출처 확보를 염원하는 자동차 부품업계로선 가뭄에 단비같은 소식이다.

그런데도, 울산의 미래차 산업은 매우 불투명하다. 혹자는 완성차 수출이 잘 되고 있는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엄밀히 말하면 완성차만 쌩쌩 달릴 뿐 완성차의 근간이 되는 자동차 부품은 수년째 역주행 중이다. 차 부품 수출이 울산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4.7%에서 지난해 3.3%로 줄었다. 올해는 3%선 사수조차 힘겹다. 지역 5대 주력수출 품목이라고 내세우기에는 초라할 정도다. 미국 등 현지 부품 공급 확대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 생산 확대에 따른 내연기관 부품 수출 감소로 차 부품산업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더 큰 위기는 정부의 ‘미래차 정책’에 울산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 정책은 곧 지역의 운명을 결정한다. 지난 60년동안 울산이 산업수도로 성장할수 있었던 것도 중화학공업을 일으키려는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광주(자율주행차 부품)와 대구(전기차 모터)를 ‘미래차 소부장 특화단지’로 선택했다. ‘세계적인 자동차 클러스터’를 구축한 울산은 배제됐다. 이는 미래차에 대해 정부의 맞춤형 특례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때문에 울산은 자율주행, 전기차 등 미래차 전환에 따라 높은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는 핵심 차 부품의 자립화, 내재화라는 큰 장벽에 부딪히게 됐다. 안 그래도 위태로운 차 부품업계에 실낱같은 희망마저 사라지게하는 소식이다.

미래차는 울산의 차세대 먹거리인 이차전지와 반도체 등과 연계해 울산산업의 고도화는 물론 모빌리티까지 아우르는 파급력이 높은 산업이다. 이대로라면 울산은 ‘미래차 생산거점’이 될 수 있을지언정, 차 부품업계의 미래 생존성은 더욱 불투명해진다. 자율주행이나 로보틱스는 아예 기대조차 하기 어렵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산업 대전환기에 생존력을 높이려면 집토끼(주력산업) 전략도 계속 수정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완성차만 있고, 미래차 없는 자동차 도시는 영속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더 큰 변화와 처절한 생존전략이 필요하다. 김창식 논설실장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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