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 이상기후 농산물값 급등
특히 너무 비싼 과일값에 한숨만
흠집 나 저렴한 제품 눈돌리기도
열리지 않는 지갑에 상인도 울상

“지난해 추석보다 싸게 느껴지는 게 하나도 없어요. 특히 과일과 채소 가격이 많이 오른 것 같네요.”

정부에서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이 지난해 추석보다 저렴하다고 발표했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추석 물가는 여전히 높았다. 봄철 이상저온과 여름철 폭염, 폭우 등의 영향으로 과일과 채소 등 농산물 가격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24일 찾은 울산 남구 농수산물도매시장. 추석을 일주일가량 앞둔 주말, 가족 단위로 장을 보러 온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물건을 한가득 실은 수레와 트럭이 수시로 시장 안으로 들어왔고, 물건을 사고팔기 위해 흥정하는 모습도 자주 목격됐다. 수레에 자식들까지 동원해서 장을 보러왔지만 정작 시민들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A씨는 “모든 게 다 올랐다. 특히 과일이 지난 추석보다 1.5~2배 정도 오른 거 같다. 제사를 지내야하니 어쩔 수 없이 샀다”고 토로했다.

비싼 과일 가격에 상인들도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한 과일가게 업주는 “사과, 배, 토마토 등 과일 가격이 많이 올라 장보러 온 사람들마다 헉하고 놀란다”며 “수확량이 늘어 지난해보다 가격이 싼 샤인머스켓을 사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남구 신정시장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수레를 끌거나 양손 가득 장바구니를 든 가족 단위의 시민들로 좁은 시장 길목이 북적였다. 그러나 비싼 농산물 가격에 상인과 시민들 모두 표정이 어두웠다.

채소가게 주인은 “배추 1포기가 8000~9000원 정도 하고 있으며 시금치는 6000원 정도 한다. 비가 많이 와서 다음 주가 되면 시금치 가격이 8000원까지 오를 거 같다”며 “최대한 저렴하게 팔고 있는데도 비싸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비싼 과일 가격에 흠집이 나 비교적 저렴하게 파는 코너를 찾는 시민들도 목격됐다.

B씨는 “원래 배 2개에 만원 정도 하는데 여기는 5000원에 판다”며 “물가가 너무 올라 장을 못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6일이나 되는 긴 추석 연휴에 제사를 안지내겠다는 시민들도 많았다.

C씨는 “올해 추석은 제사를 안지내기로 했다”며 “오랜만에 손주들이 놀러온다고 해서 간단하게 장을 보러왔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전통시장 16곳을 조사한 결과 배 5개 평균 가격은 1만7600원으로 지난해 추석 성수기보다 14.5%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사과 5개 가격은 1만5528원으로 지난해보다 2.7% 올랐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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