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객 체류 않고 경주·부산으로 가
신불산 억새 등 관광자원 활용 위해
서부권 산악관광단지에도 호텔 필요

▲ 이재명 논설위원

오랜만에 울산에 관광산업과 관련한 좋은 뉴스가 들려왔다. 다름이 아니라 울산 북구 강동관광단지에 세계적인 대형 호텔체인이 들어선다는 것이다. 관광산업은 굴뚝없는 산업,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라고 하는데 울산은 그동안 ‘굴뚝 있는 산업’만 가득했다. 조선·석유화학·자동차 등 기존 주력산업 말이다. 이 와중에 세계적인 호텔체인인 H호텔이 2027년께 강동관광단지에 완공된다고 하니 이제서야 울산 관광산업이 기지개를 켜는 것 같다.

그러나 울산 관광산업은 이제 시작이다. 다른 도시에 비하면 울산은 관광도시 축에도 못 끼는 산업도시일 뿐이다. 아직도 대부분 국민들은 울산을 산업도시, 공업도시로만 기억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울산은 3대 주력산업이 성장동력을 다한 상태에서 제4차 산업은 아직 준비가 안된 상황이다. 미래산업을 준비하는데도 겨를이 없는 상태에서 일천한 관광산업을 육성하려니 가랑이가 찢어질 판이다.

여기다 울산은 경주와 부산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불리한 점이 한두가지 아니다. 관광객들은 경주에서 부산으로, 또는 부산에서 경주로 직행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른바 ‘울산 패스’ 관광객들이다. 특히 울산의 관광지를 둘러보려면 경부고속도로에서 한참이나 들어가야 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니 울산을 건너 뛰기 일쑤다. 또 잠깐 울산에 들렀다 하더라도 울산에서 체류하지 않고 경주나 부산으로 가버린다.

울산과 행정구역을 맞대고 있는 경주는 올해 9월까지 3600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동통신, 신용카드,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한국관광공사의 빅데이터 플랫폼이 산출해낸 것이다. 이 기간 경주를 다녀간 방문객은 경북도민이 807만2491명으로 22.5%를 차지했다. 이어 울산 725만450명(20.2%), 부산 449만5874명(12.5%), 대구 423만5310명(11.8%), 경기 308만506명(8.6%) 순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20~29세가 19.4%로 가장 많았고 50~59세 19.2%, 30~39세 17.4% 순으로 조사됐다.

남쪽으로 행정구역을 맞대고 있는 부산은 최근 여행 조사 전문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의 ‘2023 국내 여름휴가 여행 종합만족도 조사’에서 7년간 1위를 지켰던 제주를 제치고 1위로 도약했다. 지난해에는 세계적인 여행 매거진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숨이 막히도록 멋진 여행지 25곳’에 아시아 도시 중 유일하게 선정된 바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07만662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만8484명보다 416.2% 급증했다.

앞으로 부산 2030세계박람회 유치가 성사되면 부산 관광객은 더욱 많아질 것이고, 부산에서 울산을 건너뛰어 경주로 넘어가는 사람들은 줄을 이을 것이다.

울산은 경주와 부산 사이에 위치한 ‘낀’ 도시라는 운명을 쉽사리 떨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울산의 숙명이려니 하며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관광자원들이 많다. 케이블카 산악관광이 그렇고 강동관광단지의 해양관광이 그렇다. 전국 최대를 자랑하는 간월산·신불산의 광활한 억새밭은 아직 전국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고, 전국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대왕암공원의 기암절벽은 아직 국민들에게 숨은 비경으로 남아 있다. 또 도심 한 가운데 들어선 국가정원은 장차 ‘울산의 보물 중의 보물’이 될 것이다. 여기에 세계적인 호텔만 들어서면 일부러 울산을 찾아오는 관광객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 동안 울산 관광 용역에서 나온 최고의 키워드는 ‘체류형 관광’이었다. 이제는 강동관광단지 뿐만 아니라 서부권 산악관광단지 등에도 휼륭한 호텔들이 반드시 들어서야 한다. 호텔이 없으면 울산은 영원히 ‘반나절 관광지’일 수밖에 없다. ‘꿀잼’도시의 기본 바탕은 호텔이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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