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후 관광객 폭증에도 이용 감소
활용방안 미궁 속 인근 신공항 개항땐
항공 포함 지역경제 빨대효과 불가피

▲ 김창식 논설실장

미국 코넬대 과학자들은 19세기 말 개구리 실험을 했다. 개구리를 섭씨 40도의 물에 넣자 고온을 견디지 못해 즉시 탈출했다. 그런데 차가운 물에 개구리를 넣고 약불로 조금씩 가열했더니 죽을 때까지 탈출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른바 ‘서서히 끓는 냄비 속의 개구리 증후군(Boiled frog syndrome)’이다. 최근에는 경제주체가 변화에 적응하려고 하거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다가 결국에는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산업도시 울산의 하늘 관문 울산공항이 바로 ‘서서히 끓는 냄비 속의 개구리’ 신세로 전락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관광·여행 수요 폭증 속에서도 울산공항은 되레 항공편과 이용객 수가 줄어들고 있다. 역주행이다. 한때 연간 139만명에 달하던 공항 이용객은 2010년 KTX울산역 개통 이후 계속 감소해 60~80만명대로 위축됐다.

최근 울산공항을 둘러싼 주변 환경 변화는 공항을 더욱 코너로 몰아넣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안전상을 이유로 울산운항 항공편을 계속 줄이는 추세다. 대신 다른 돈 되는 수익노선은 늘리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지난 5월 제주와 연결하는 에어부산에 이어 최근 유일한 지역기반 항공사(하이에어)도 경영난으로 철수했다. 올 연말 울산공항 이용객은 반짝 증가한 작년(89만명)의 반타작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불운은 따로 오지 않고 모여서 일어난다’는 말처럼, ‘젠더립’ 현상이 울산공항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울산공항 폐쇄론의 불씨도 되살아날 조짐이다. 공항 폐쇄론은 전임 송철호 시장이 공론화의 테이블에 올렸다. 가덕도 신공항 개항과 울산공항의 적자보전, 도심 공항의 위험성, 도시개발 토지활용 등을 폐쇄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다가, 민선8기 김두겸 시장이 공항의 활주로 연장과 폭 확장을 통해 중형기 이착륙이 가능한 국제선 공항방안을 모색하면서 폐쇄론은 수그러들었다.

그런데 울산시는 ‘울산공항 활용방안 연구 용역’에서 기대와 달리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결론’을 도출했다. 현재 상황에선 “이전도 확장도 어렵다”라는 것이다. 천문학적 사업비가 드는 공항 이전이나 활주로 확장, 민간토지 수용과 소음문제 등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로써 울산공항의 항구적인 활용방안은 사실상 소멸됐다.

울산이 이처럼 ‘공항 변화’ 방안을 찾지 못하는 사이에 두개의 거대한 위협이 시나브로 다가오고 있다. 울산과 1시간~1시간30분 이내 거리에 위치한 대구·경북 신공항(2028년)과 부산 가덕도신공항(2029년)의 개항이다. 두 국제공항이 개항하면 울산공항은 그야말로 고래싸움에 낀 새우 신세가 된다. 항공은 물론 산업물류까지 빨아들일 거대 블랙홀들이다. 울산공항을 계속 ‘냄비속의 개구리’로서 희생을 강요하는 변화들이다.

울산공항의 위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 큰 위협은 울산공항의 존폐와 무관하게 두 개의 국제공항 개항 이후 초래될 ‘나비효과’다. 신공항 개항 및 주변배후단지 개발로 두 공항이 주변의 자본과 자원, 인력을 끌어들이는 ‘빨대효과’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울산은 산업과 물류 경쟁력 약화, 인구와 일자리 감소, 자원 및 투자력 약화, 사회·문화·의료 격차 확대 등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부산신항과 함께 비즈니스, 상업 및 서비스 부문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가덕도 신공항의 비상은 울산에겐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영국의 도시학자 피터 홀(Peter Hall)은 “공항은 지역 경제를 촉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열쇠 요소”라고 했다. 도시간 경쟁은 적자생존의 경쟁이다. 살아남는 도시에만 밝은 미래가 열려있다. ‘근본적인 변화’를 도출해 내야만 이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지금처럼 어정쩡한 스탠스로는 광역시 울산은 냄비속 개구리처럼 서서히 소멸의 위험에 이르게 될게 뻔하다. 위성도시로 빨대 꽃혀 서서히 소멸할 것인가? 아니면 냄비를 탈출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것인가? 선택의 기로다. 변화의 파도에 올라탈 시간이 많지 않다. 김창식 논설실장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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