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항 경쟁력 직결, 체선율 저감 대책 실효성은
울산항 평균 체선율 2.21%에 달해
부산항 0.74%보다 세배 가량 높아
UPA 용역서 항만 준설·선석 확대
선박정박료 감면규정 개선 등 제시
액체화물 중심항 울산항 특성 감안
맞춤형 용역·대책 마련 시급 지적

▲ 울산항에서 특히 체선율이 높은 석탄부두, 양곡부두 등이 있는 울산본항.

국내를 대표하는 산업지원항만인 울산항은 경쟁 항만 대비 높은 체선율로 항만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돼 왔다.

울산항 체선율은 지난 2020년 1%대까지 떨어졌다 1년만에 다시 2%대로 상승한 이후 계속 2%대를 유지해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울산항만공사(UPA)가 약 5개월간 체선율 개선 방안 등을 포함한 울산항 선석 및 정박지 효율적 이용방안 연구용역을 진행해 최근 결과물을 내놨다. 연구용역 결과를 통해 체선율 저감을 위한 향후 과제 등을 짚어본다.

◇울산항 체선율 2%대 고착화

항만 효율의 바로미터로 인식되는 체선율은 선박이 항만에 입항한 후 항만시설 부족으로 정박지에 12시간 이상 대기하는 선박의 비율을 말한다.

정박지는 입항하려는 부두가 차 있을 경우 선박을 대기하도록 정해놓은 해역을 뜻한다. 선박이 머무를 수 있는 수역으로, 항만운영상 접안 대기 및 항만서비스 이용 장소로 활용된다.

울산항을 이용하는 선박이 늘어나면서 외항 선박의 정박지 부족 문제가 발생한다. 선박이 바깥에 나가 표류할 경우 용선료, 연료 소모 등의 이유로 선박 1척당 발생하는 1일 손실 비용은 약 1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용손실 만큼이나 울산항 이용을 기피하는 선박들이 늘어나 물동량이 감소 또는 정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지난 2020년 1.96%까지 떨어졌던 울산항 체선율은 2021년 2.49%로 2%대에 진입한 이후 2022년 2.28%, 2023년 10월 현재 2.74% 등 2%대가 고착화되고 있다.

울산항의 전체 체선율이 증가한 것은 일부 특정화물 취급 부두의 체선율이 전년 대비 대폭 상승한 탓으로 분석된다.

지난 2021년 기준 석탄부두 체선율(35.71%)은 전년(14.44%) 대비 21.27%p 증가했으며, 온산항의 온산3부두(62.04%)도 전년(53.47%) 대비 8.37%p 증가했다.

특히 석탄부두(35.71%), 양곡부두(14.02%), 온산3부두(62.04%)의 체선율은 전체 체선율(2.49%)보다 최대 25배 높다.

울산항 관계자는 “체선율은 접안시설, 하역장비, 물동량, 화물종류, 기상상태 주의보 등 변수가 많다”며 “선사와 하주가 타이밍을 못 맞추거나 시간 조정을 못했을때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최근 5년간(2017~2021년) 울산항의 평균 체선율(2.21%)이 인근 부산항(0.74%)보다 배 이상 높다는 점이다.

이에 항만 경쟁력과 직결되는 높은 체선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은 지속적인 과제로 인식돼 왔다.
 

 울산항 체선율
2020년 2021년 2022년 2023년 10월
1.96% 2.49% 2.28% 2.74%

◇용역사, 시설 및 제도 개선돼야

UPA는 울산항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높은 체선율과 정박지 부족 문제 등을 개선하기 위해 약 5개월간 울산항 선석 및 정박지 효율적 이용방안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용역사는 석탄부두, 양곡부두, 온산3부두 등 특히 체선율이 높은 3개 부두에 중점을 두고 체선율을 완화하기 위한 시설 및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시설 개선 방안으로 항만 준설 작업을 제안했다. 양곡부두는 울산 차항지에 따른 체선 유발 가능성에 따라 기항지 순서 변경을 위해 인근 준설을 진행하고, 온산3부두와 석탄부두는 흘수(배가 물 위에 떠 있을때 물에 잠겨 있는 부분의 깊이) 규정에 따른 야간 도선 문제 해결을 위해 장기적 준설 작업을 요구했다.

또 부족한 선석으로 지속적으로 대기가 발생됨에 따라 선석 확대 또는 대체 선석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울산항이 타 항만에 비해 부두 접안능력 대비 하역능력이 부족한 만큼 항만 하역능력 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도 개선 방안으로는 야간 도선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대부분의 체선 선박이 야간 도선 규정에 의해 아침 시간대에 접안하는데 이를 도선사협회와 협의해 안정성 확보가 전제될 시 야간 도선 총 톤수 및 흘수 규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정박료 감면은 과도한 정박 기간을 유도할 수 있기에 장기 정박 선박에 대한 정박료 감면 배제, 선주 및 화주에 대한 정보 공유를 통해 과도한 조기 입항 억제 등 정박료 감면 규정 개선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울산항 특수성 부합하는 방안 마련돼야

하지만 이같은 용역 결과가 울산항에 당장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 특화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비정기선인 액체화물이 전체 물동량의 약 80% 이상을 차지하는 울산항에서 선주 및 화주에 대한 정보 공유를 통해 과도한 조기 입항을 억제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기선인 컨테이너 화물이 많은 항만에는 적용이 가능하나 울산항에 들어오는 선박들은 대부분 비정기선들이기에 컨트롤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장기 체류 선박 문제 해결을 위한 정박료 감면 규정 개선도 자칫하면 타 입항 선박의 비용부담 증가로 이어져 울산항 기피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항만 준설 작업과 선석 확대 또는 대체 선석 확보 또한 비용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이와 관련 울산항 관계자는 “‘항만 하역능력 개선’이라고 단순하게 제시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어떻게 구체적으로 항만 하역능력을 개선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액체화물 중심항 울산항을 특성을 감안한 맞춤형 용역 발주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체선율=항만시설 부족으로 정박지에 12시간 이상 대기하는 선박의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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