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역대 최대 겨울비 명암
강수량 전년대비 2배 이상
원수구입비·산불건수 줄어
딸기 등 비닐하우스 작물
일조량 부족 수확량 반토막

올해 울산에 역대 최고 수준의 겨울비가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넉넉한 겨울비로 원수 구입 비용이 절감되고 산불도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던 반면 일조량이 줄어 농작물 피해가 늘어나는 등 명암이 뚜렷했다.

17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울산의 강수량은 총 307.5㎜다. 전년도 같은 기간(123.9㎜)과 비교해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는 1944년 기상 관측 이래 겨울철에 내린 울산의 최대 강수량이다.

지난 겨울 많은 비가 내린 것은 평년 대비 따뜻하고 습한 남풍 계열의 바람이 자주 유입되고, 남쪽을 지나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비가 오는 날이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로 인해 울산 시민들이 내야 하는 원수 대금 및 물이용부담금이 줄어들게 됐다.

울산은 댐의 원수가 모자라면 일정 대금을 지불하고 낙동강 물을 끌어와 정수한 뒤 시민들에게 공급한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낙동강 원수 대금 외에 물이용부담금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는 비가 자주 내리면서 울산시가 소유한 회야댐의 저수량이 크게 늘어 낙동강물 의존도가 낮아졌다. 지난해에는 3월부터 낙동강 원수를 끊었지만, 올해는 한 달 앞당겨 지난달부터 낙동강 원수를 받지 않고 있다. 이에 낙동강 원수 대금과 물이용부담금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물이용부담금의 경우 3월 부과분부터 t당 66.3원에서 36.4원으로 29.9원 인하됐다.

잦은 겨울비로 산불 발생 건수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 2021년 15건, 2022년 10건이던 울산의 겨울철(12월~2월) 산불 발생 건수는 올해 2건에 그쳤다.

반면 겨울비가 계속 내리면서 일조량이 부족하고, 습기가 높아지면서 이로 인한 불량 비율이 높아지는 등 농작물 피해는 급증하고 있다.

울산시는 기상청과 농림축산식품부 등을 통해 겨울철 일조 시간이 전국적으로 평년 대비 80%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확인했다.

특히 북구 등에 위치한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딸기·수박·참외 등의 수확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시는 파악하고 있다.

생산비 급증과 과일의 품질 하락도 문제지만, 일조량 부족으로 생육과 열매 성숙이 늦어지는 생리장해 및 잿빛곰팡이병 등 발생으로 추후 확산 방지를 위한 방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농어업재해대책법 상 일조량 부족으로 인한 문제도 재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향후 피해 농가들을 위한 지원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권기자 jaekwo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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