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대원과 병원간 원활한 조율과
이용자들의 인식변화 따라준다면
정말 응급한 환자에 큰 도움 될듯

▲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3월 한달에 걸쳐 울산시내에 있는 119구급대 센터들 몇 곳을 방문했었다. 필자가 일하는 울산병원엔 심장, 뇌혈관 관련 응급상황으로 구급차를 타고 온 환자분들이 꽤 많은데, 그분들이 치료 후 가정으로 복귀하실 때 병원에 고마움을 표현하는 경우는 많지만 정작 병원까지 이송해 온 대원들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늦게나마 이송해주신 대원들을 찾아가서 고마움의 말을 대신 전하고 관련 애로사항은 없었는지 듣고자 했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현 응급이송체계의 이모저모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코로나가 있던 3년의 시간 동안, 구급차에서 수용가능한 의료기관에 먼저 전화로 사전연락을 하는 시스템이 정착되었다. 사실 이전부터 그리 해야한다는 규칙은 있었지만 여건상 연락 없이 병원으로 이송하는 일이 꽤 있었고 병원도 그런 상황에 익숙했다. 막상 도착해서 수용할 상황이 안되는 병원과 이송해온 구급대 간에 갈등이 간혹 생기는 등 부작용도 있었는데, 코로나가 터지자 감염병에 다들 민감해지고 격리실 사용 가능여부, 이용 후 소독완료 시간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기에 의료기관과 전화를 할 수 밖에 없었고 이 기간이 오래 가면서 자연스레 정착이 된 것이다.

이제는 반대로 전화 프로토콜을 따르기 애매한 경우가 간혹 문제가 된다. 대원이 환자 상태를 파악해 병원에 전화를 하고 수용가능 여부를 확인하지만 한번에 안 되면 여러 곳에 전화를 하게 되는데 구급차에 타고 있는 환자 입장에선 대원이 전화만 하고 출발을 하지 않는다고 느끼니 환자와 대원간 갈등으로 번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사실 그들은 일을 하고 있는건데 말이다. 그런 과정 없이 근처 병원으로 이송해 무조건 내려준 후 이후 과정을 어떻게든 병원에서 진행토록 한다면 일면에선 좋겠지만, 일단 병원 입장에선 환자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발견이 되었는지 등의 중요한 정보는 반드시 필요하고 사전에 듣고 준비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수용가능 현황도 생각해야 하므로 무조건 그리 하기도 애매하다. 만약 응급실에서 응급처치를 한 후 환자를 다른 곳으로 전원보내야 할 상황인데 받을 병원이 마땅치 않다면 구급대원이 전화연락 관련해 겪었던 그 애로점을 응급실에 있는 의사가 그대로 겪게 되기도 한다. 서로간 이런 입장차로 병원과 대원간 미묘한 갈등이 간혹 발생하기도 하며 그 정도는 병원별로 조금씩 차이가 난다. 현재로선 뾰족한 방법이 있다기보다 각각의 병원들이 구급대와 의견을 나누며 자체적으로 잘 조율·점검하는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유선통화가 아닌 전산화된 방법도 있다. 환자가 병원에 오면 KTAS라는 기준을 통해 환자의 중증도를 판단하는데, 구급차에서 대원이 사전 KTAS를 하여 전산으로 전송하고 병원에서 그 수용여부를 입력해 응답하는 시스템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병원 현장에서 느끼기엔 아직 전화가 훨씬 많고 대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전 KTAS 사용과 관련한 애로점들도 다양했다. 대원이 모바일로 그걸 시행하고 있는걸 보고 환자가 본인에게 신경을 안쓴다고 생각해 화를 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전산 전송과 전화를 둘다 하는 경우 병원에선 전화 응답으로 환자 수용이 확정이 되었기에 전산으론 응답을 안 했는데 그걸 대원들이 오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게다가 몇몇 병원은 그 시스템 자체를 사용하지 않겠으니 그냥 전화를 달라고 했다고도 한다. 사전 KTAS 전산 시스템 자체가 아직 불안정하다는 말도 있다. 유관기관에서 사용자 친화적인 기술이 될 수 있도록 좀 더 노력해주시면 좋을 듯 하다.

이런 세세한 이송과 관련된 애로점만큼이나 흥미로웠던 것은 2월 중순부터 시내 전체 구급차 이용률이 줄어든 거 같다는 이야기였다. 언론에서 현재 전국적으로 병원 이용이 용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니 영향을 받아 경한 환자들은 이용을 자제하는 듯 하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보인다. 사실 단순 주취자 등 굳이 119구급차량을 이용하지 않아도 될 분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평소에 느껴왔다. 물론 소방공무원이 시민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것엔 공감하지만, 정말 응급한 환자를 위해서라도 오남용은 피해야할 것이다. 이 부분은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 변화가 같이 따라준다면 정말 좋을 듯 하다.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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