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 한분순

신춘문예 당선 작품은 기성시인을 뛰어넘는 새롭고 신선한 것이어야 신인으로서의 조건을 갖춘 것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예선을 거쳐 최종심에 올라온 작품 16편을 읽은 후 8편을 골라내었다. 이들 작품을 다시 반복해 읽은 다음 고심 끝에 당선작으로 ‘그, 자리’ 를 선택했다.

작품 ‘그, 자리’ 는 깔끔한 시어 선택에, 짜임새 있는 구성, 강한 주제 의식으로 작품의 참신성을 획득한 수작(秀作)이다.

이외 최종심에 오른 ‘비’는 섬세한 묘사에 시적 서정을 담아냈으며 작품의 균형 감각을 이뤄낸 점이 돋보였으나 기성세대에서 흔히 다뤄졌던 소재여서 망설이게 했다.

‘휴대폰’은 우리 생활 속에서 일상화된 소지품을 시적 대상으로 삼아 현대적 감각으로 이끌어간 점이 우수했고, ‘조간신문을 읽다’는 아침마다 배달되는 신문을 대상으로 시상을 유연하게 풀어나간 솜씨가 뛰어났으나 당선에는 미치지 못했다.

‘섬에서 온 편지’ ‘파씨’ 등도 저마다의 개성과 특색 있는 소재를 선택하여 글감을 다루는 솜씨가 세련되었으나 한 편만을 당선작으로 뽑아야 하는 고충이 따랐다. 더욱 분발하여 앞으로 좋은 기회를 맞이하기 바란다.

▲ 한분순

● 한분순 - 프로필

1970년 서울신문신춘문예

시조 ‘옥저’ 당선

시집 <실내악을 위한 주제> <서울 한낮> 등

한국시조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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