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 제2기 비즈니스컬처스쿨 ‘역사를 바꾼 미술’
우정아 포스텍 교수

▲ 우정아 포스텍 교수가 8일 CK아트홀에서 열린 제1기 비즈니스컬처스쿨에서 ‘역사를 바꾼 미술, 시대를 움직인 이미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18세기 중반, 미술이 교회와 귀족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화가 개인의 표현이 됐습니다. 대중을 관객으로 삼게 된 시대에 미술은 한 사회의 여론을 움직일 정도로 위력을 갖게 됐습니다”

경상일보 제2기 비즈니스컬처스쿨 제15강이 8일 오후 7시 울산시 남구 달동 CK아트홀에서 열렸다. ‘역사를 바꾼 미술, 시대를 움직인 이미지’를 주제로 열린 이날 강연은 우정아 포스텍 교수가 진행했다.

우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프랑스혁명 당시 급진적인 혁명가이자 열성적인 자코뱅당원이며 유명 언론이었던 장 폴 마라와 그의 그림을 그린 자크 루이 다비드의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마라는 1793년 7월13일 자택 욕실에서 샤를로트 코르데라는 젊은 여성에게 살해당했다. 마라는 고질적인 피부병 때문에 욕조에 몸을 담근 채 나무상자를 책상 삼아 업무를 처리하다 예리한 칼에 찔려 봉변을 당했다. 코르데는 지롱드 당원이었다. 코르데는 수많은 동료를 단두대로 보낸 마라를 처단하는 것이 프랑스를 살리는 길이라고 굳게 믿었다.

마라가 죽자 자코뱅당 지도부는 마라의 친구 다비드에게 기념회화를 그릴 것을 주문했다. 공개적으로 열릴 마라의 장례행렬에 쓰기 위해서였다. 다비드가 그린 <마라의 죽음>은 화면의 반 이상이 텅 비어 있고, 세로 길이가 긴 흔치 않은 구도의 그림이었다. 욕조 밖으로 힘없이 늘어뜨린 오른손은 여전히 펜을 들고 있고, 가슴의 상처에서 선명하게 흘러내린 핏물은 욕조를 채우고 있다. 피로 얼룩진 손가락은 ‘자비’라는 단어 위에 얹혀져 있다. 이 그림은 어려운 자를 위해 ‘자비’를 베풀던 마라가 피로 얼룩진 빛나는 칼 끝에 처참하게 암살당했음을 말하고 있다.

다비드가 만들어낸 이 극적인 드라마에서 마라는 그 어떤 성인보다도 더 성스럽고 고귀하며 숭고한 희생양으로 탈바꿈했다.

우 교수는 “정치적 격변기에는 어제의 영웅이 오늘의 역적이 되기도 하고 오늘의 역적이 다시 내일의 영웅이 될 수도 있다. <마라의 죽음>은 역사 속의 그 어떤 정치인 보다 더 극적인 부침을 겪고 오늘날 프랑스 혁명정신의 상징이 됐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서울대 고고미술사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UCLA)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지난 3월 포스텍 인문사회과학부 조교수로 부임했다. 저서로 <명작, 역사를 만나다> 등이 있다. 이재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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