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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기획특집지오그래픽 태화강
[지오그래픽 태화강]문인들 교류와 소통의 장…지역 학문과 문학의 지평 넓혀-다시 읽는 太和江百里:15. 집청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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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13  21: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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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론촬영사진.

집청정 찾았던 문인들 시 엮은 ‘집청정시집’
집청정 건립전 언양 유배됐던 권해 작품부터
19세기말까지 시인 260여명 한시 406수 담겨
울산부사·경상좌도 병마사·평안도 관찰사 등
당대 내로라하는 인물들의 글 만날 수 있어
언양지역 문학의 발원지로 평가받기에 충분


누정(樓亭)과 원림(園林)은 양반들이 풍류를 즐기는 최고의 장소였다. 담양의 소쇄원이나 보길도의 부용동원림 등을 돌아보면 풍류라는 것이 어떻게 흘러왔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누정과 원림은 수양을 위한 장소이기도 했지만 대부분 문인들의 교류와 소통의 장소로 이용됐다. 이들은 정자나 원림에서 시를 창작하고, 지은 시를 서로 주고 받으면서 학문(學文)과 문학(文學)의 지평을 넓혀갔다.

◇집청정, 언양 문학의 요람

집청정은 이렇게 볼 때 언양지역 문학의 발원지라고 할 만하다. 특히 최신기의 9세손 최준식(1909~1979)이 이들의 시를 필사해 엮은 <집청정시집(集淸亭詩集)>은 집청정을 중심으로 벌어진 문학적 교유와 소통의 실상을 파악하게 해준다.

울산대학교 국문학과 성범중 교수가 지난 2008년 한국한문학회에 발표한 <정자(亭子)와 원림(園林)을 통한 문학적 교유와 소통­울산 소재 집청정(集淸亭)의 경우를 예로 하여­>를 살펴보면 집청정 존재의 의미를 가늠할 수 있다.

우선 1932년에 중건된 집청정의 ‘집청정중건상량문’을 보면 집청정의 내력과 역할 등을 알 수 있다. 집청정은 정몽주의 우국충절과 신선들이 사는 절경을 설명하고 있다.

   
▲ 집청정은 반구대를 마주하고 있는 최고의 비경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집청정 앞길은 포장이 안된 상태였고 그 앞에는 제방 대신 백사장이 있었


들보 남쪽을 바라보니/ 높은 포은대에는 푸른 기운이 방울지는구나./ 선생이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을 상상하며/ 누런 국화를 한 송이 꺾고 술잔을 머금는다./ 들보 서쪽을 바라보니/ 천길 도암(桃岩)이 하늘과 가지런하다./ 고기잡이는 다시 근원을 찾는 길을 찾는데/ 가운데에 그윽한 집이 있어 눈이 미혹되지 않는구나./ 들보 북쪽을 바라보니/ 연화산 봉우리가 깎은 듯이 솟아 북극성을 떠받치는구나./ 바라나니 군자를 좇아 주렴계(周濂溪) 선생을 이야기하고/ 은근히 손가락을 가리키며 나라의 문을 열고 싶구나./……



◇문인들의 이야기

<집청정시집>에는 집청정을 찾았던 시인 260여명의 한시 406수가 수록돼 있다. 집청정이 세워지기 전에 이미 언양에 유배왔다가 반구대에 올라가서 지은 권해(1639~1704) 작품부터 19세기 말엽까지 다양한 시가 이 한 권에 다 들어있다.

권해는 1694년의 갑술환국 때 언양의 요도에 유배됐다가 1697년에 풀려나와 예안에서 여생을 보내면서 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요도는 정몽주가 유배됐던 곳이기도 하다. 정몽주와 같은 장소에서 유배됐던 권해는 작품 ‘반구대에서 노닐다’에서 정몽주의 마음을 이심전심으로 녹여냈다.

만 길 층진 벼랑에 아홉 굽이가 흐르는데/ 삼경에도 바람기운은 한 가을처럼 시원하네/ 도끼자루 썩힌 유적에는 쇠잔한 바둑판이 있고/ 기러기 내려앉은 한적한 숲에는 무너진 탑이 남아 있네/ 석대(石臺)가 멀어 사람은 하늘 위에 앉은 듯하고/ 물이 맑아 물고기는 거울 속에서 노니네/ 궁핍하고 거친 곳에서 이 청량한 세계를 만나/ 왕성(王城)을 떠난 외로운 신하의 시름을 잠시 쏟아 내네

   
▲ 집청정 앞에 세워진 안내간판.


<집청정시집>에 나오는 이진검은 경종 1년(1721) 동부승지를 맡았던 인물이다. 그는 노론을 탄핵하다 밀양에 유배됐으나 이듬해 풀려나와 평안도 관찰사가 됐다. 작품주석 가운데 ‘밀양에 유배되어 있을 때 머물러 숙박하면서 짓다’는 내용은 아마도 집청정에서의 숙박을 의미하는 것 같다. 이진검은 아우 이진급과 아들 이광제와 함께 집청정에 들러 시를 지었다.

또 울산부사 홍상빈은 영해군수로 있던 아우 홍상인과 함께 집청정에 유숙하면서 시를 남기기도 했다.

경주 최씨 가문의 제암(霽岩) 최종겸(1719~1792)과 경상좌도 병마사로 온 숭남(崇南) 신광익은 집청정에서 자주 만나 평생동안 교유관계를 지속한 드문 경우다. 둘은 죽을 때까지 서로 시를 주고 받고 우정을 나눠왔다.

최종겸은 반구대와 집청정 일원의 10곳을 선정해 ‘반구십영(盤龜十詠)’(제암집(霽岩集) 권2)을 지었다. 최종겸이 꼽았던 10곳은 집청정(集淸亭)과 비래봉(飛來峯), 향로봉(香爐峯), 옥천동(玉泉洞), 포은대(圃隱臺), 선유대(仙遊臺), 관어석(觀魚石), 망선대(望仙臺), 완화계(浣花溪), 청몽루(淸夢樓) 등이다. 최종겸의 시 ‘집청정(集淸亭)’은 반구대를 마주하고 있는 집청정의 시원하고 맑은 정취를 그리고 있다.



소나무와 대나무가 뜰에서 뒤섞여 푸르고(松竹交庭翠)

시원한 바람은 사방에서 부네.(凉風面面吹)

밤에는 청아한 뜻이 넉넉한데(夜來淸意足)

밝은 달은 매화가지 위로 떠오르네.(明月上梅枝)



글=이재명 논설위원 jmlee@ksilbo.co.kr

사진=최광호, <반구대 선사마을 이야기>, 울산대곡박물관

참고자료=<반구대 선사마을 이야기>

경상일보, KS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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