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太和江百里 : (29·끝) 사연댐과 한실마을(하)

▲ 대곡국민학교(한실마을) 1943년 졸업 사진.

대곡국민학교 동문 등 90여 가구 이주민 참여
55년 만에 고향서 망향제 올리며 감회에 젖어
수몰 위기 대곡국민학교 마을 위쪽으로 옮겨
명맥 잇다 1984년 26회 졸업생을 끝으로 폐교

◇마을의 중심 학교

학교는 마을 공동체의 중심이다.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학교에 의지했다. 그만큼 학교는 마을의 장래와 교육에 큰 몫을 담당했다.

1965년 축조된 사연댐은 한실마을을 비롯해 세연·옹태·서원 마을을 물 밑으로 가라앉혔다. 벌써 55년이 흘러갔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2일 대곡리 마을 광장에서 사연댐 축조로 수몰됐던 자연마을 이주민들이 55년만에 고향을 찾아와 처음으로 망향제(望鄕祭)를 올렸다. 이날 망향제는 반구대선사마을 공동체(대표 이영준 대곡리 이장)가 주최했다. 이 자리에는 1965년 사연댐 축조로 당시 수몰된 대곡국민학교의 동문을 비롯해 90여 가구 이주민들이 참여했다. 55년 동안 전국으로 흩어져 살았던 이주민들을 동문들과 만나 회한과 회포를 한 껏 풀었다. 또 수몰 직전 대곡마을을 찍었던 옛 사진을 함께 보면서 감회에 젖었다.

이주민들은 전국의 댐 수몰지역 중 유일하게 망향비가 없다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나타내며 가까운 시일 내에 망향비를 세워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이에 대곡국민학교 총동문회 측은 앞으로 망향제 개최와 망향비 건립에 동문회 차원의 지원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 수몰전 한실골.

◇사연댐에 수몰된 옛날 그 학교들

일제강점기인 1943년 8월6일 언양공립보통학교(현 언양초등학교) 부설 대곡 간이학교(簡易學校)가 2년제로 개교했다. 백순재(百順齋) 건너편인 마을 당산(당사목이 있는 산) 밑 들판 냇가에 위치해 있었다. 교실과 교무실이 각각 1개씩 있었고 사택이 있었으며 학교 부지가 넓었다.

1학년과 2학년이 모두 한 교실에 앉아 시간대를 달리해 수업을 받았다. 오전에는 일본어·산수·음악을 배웠고 오후에는 풀도 베고 생활에 필요한 교육 위주의 실습도 했다. 2년제를 마친 대곡 간이학교 출신들은 본교인 언양공립보통학교에 편입할 때 4학년으로 편입했으나 연령에 따라 3학년이나 5학년으로 편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1946년 5월21일 대곡 간이학교는 두서 반곡리 분교장으로 이전되면서 폐교됐다.

대곡 간이학교가 폐교된 이듬해인 1947년 3월에는 6년제 대곡공립국민학교가 인가를 받아 7월 개교했다. 이어 2년 후인 1949년에는 대곡공립국민학교가 대곡국민학교로 이름이 바뀌었다. 대곡국민학교는 한 때 학생들이 100명도 넘었다.

그러나 1964년부터 시작된 사연댐 축조공사로 대곡국민학교는 수몰 위기에 처했다. 이에 주민들과 교육 당국은 대곡국민학교를 마을 위쪽으로 다시 옮겨 세웠다. 여기서 16회 졸업생이 배출됐다.

그렇지만 대곡국민학교의 운명은 기구했다. 대곡국민학교는 1966년 3월 반곡국민학교 대곡분교장으로 격하되어 격년제로 학생을 모집하기에 이르렀다. 대곡분교는 교실 두 칸짜리 산골 학교였다. 그 마저도 1984년 2월 26회 졸업생을 끝으로 폐교됐다.

▲ 대곡국민학교 수몰유지비.

◇대곡국민학교 수몰유지비(水沒遺址碑)

대곡마을 언저리에는 수몰유지비가 서 있다. 전면에는 대곡국민학교 역사와 감회를 적어 놓았고, 뒷면에는 500여 졸업자들의 이름이 기수별로 새겨져 있다.

대곡천에 댐을 만들기 전만 해도 대곡국민학교는 많은 학생들이 몰려들었던 학교였다. 그러나 지금은 대곡국민학교의 흔적만 남았을 뿐 그 영광과 추억은 어디로 갔는지. 지난해 망향제에서 대곡국민학교 졸업생들은 그 옛날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막걸리잔을 기울였다. 그러나 그 뿐, 졸업생들은 망향제가 끝난 뒤 또 다시 뿔뿔이 헤어졌다.

盤龜臺 반구마을/ 혹은 蓮花山/ 대곡마을 大谷國民學校/ 터 잡은/ 그 언저리/ 버들가지 찰랑이며/ 강물은 흘렀어라.// 歷史 半世紀/ 배출 同門 五百餘/ 나의 生命과/ 생명에 속한 것을 사랑하고/ 우리들 世界의 太陽이 되게 한/ 배움의 터/ 그 언저리/ 이제는/ 복사꽃 꽃잎 띄워/ 강물은 댐 속에 잠겼으라.// 오, 榮光의 故鄕이여!/ 永遠한 나의 母校 大谷이여!

글·사진=이재명 논설위원

사진=<사진으로 본 울산 100년>(한국문화원연합회 울산광역시지회), <반구대 선사마을 이야기>참조=<반구대 선사마을 이야기>*그 동안 애독해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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