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명순 여사가 이달 7일 96세의 일기로 영면에 들어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하 김영삼, YS)이 서거하신지 9년이라는 세월은 흘렀지만, YS의 특유 화법으로 “닭 모가지는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그 강한 메시지는 필자는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이 되어 있을 것 같다.김영삼 신민당 총재는 YH 사건으로 국회의원 신분에서 제명 되었다. 이것이 부마항쟁의 도화선이 되었고 급기야 10·26으로 이어져 박정희 대통령은 최 측근에 의해 최후의 날을 맞게 되었다. 이듬해 많은 시민들은 ‘서울의 봄’을 기대 했지만, 신군부 연장선인 제6공
한국에서 총선의 대진표가 속속 완성돼 가는 순간, 미국에서는 2024 대통령 선거의 공화당 후보로 믿기지 않게도 트럼프가 확정됐다. 현직인 민주당의 바이든과 리턴 매치를 벌이게 된 것이다.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는 자신에게 닥친 사법 리스크를 오히려 지지층 결집의 기회로 이용해 선거자금 모금에 나섰고,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3월4일(현지시각) 트럼프에 대한 대통령 출마 자격 유지를 결정했다. 다음날 트럼프는 슈퍼화요일의 경선에서 완승해 미 공화당의 사실상 차기 대통령 선거 후보자로 결정됐다.트럼프는 현재 의사당 난입사태와 탈세·횡
3월이 되어 봄기운이 완연해지면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먼지알레르기 등이 걱정거리로 등장한다. 먼지라는 말은 우리네 생활에서 그리 대접받는 말은 아니어서 보잘것없고 하찮은 대상에게 ‘먼지 같다’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인생의 덧없음이나 하찮음을 ‘먼지 같은 인생’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버섯은 먼지처럼 나타났다가 먼지 같은 포자를 날리고 사라지는 까닭에 먼지와의 일정한 관계를 설정할 수 있다.그리고 버섯 중에는 먼지버섯이 있는데, 매년 이맘때 약간 비탈진 언덕에서 무리지어 발생하는 대표적인 봄 버섯이다. 며칠 전 평소 버섯 공부에
사람들은 종종 무언가를 선택해 시작해야 하는 순간 다른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시점을 마주하게 된다. 동물들이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사자는 두 마리의 먹잇감을 동시에 쫓지 않는다. 그리해서는 승산이 없다.최근 아이폰 제조업체인 애플이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를 포기한다는 소식이 전해져서 충격을 주고 있다. 10년간이나 공을 들인 이 사업의 포기로 발생하는 손실도 수조 원이나 된다고 한다. 많은 인원이 인공지능 부서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는 소식도 동시에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이번 결정이 예견된 일이었다는 비평을 내놓으면서, 애
올해 입시부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구체화하면서, 의대생들은 휴학계를 내고 학교를 떠나고, 전공의들은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났다. 의대 교수들의 겸임해제 논의와 사직행렬도 시작되고 있다. 정부는 보건의료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해서 대응하고 있으나 남아있는 의대 교수들과 의료진들의 피로도가 임계점에 달해 의료현장은 마비 상태 일보직전이다.긴급상황도 아닌데 정부와 의료계가 이렇게까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는데 팩트를 중심으로 상황을 들여다보자.문제의 발단은 가속화하고 있는 ‘필수의료 붕괴’와 ‘지역의료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 초 서울·경기·인천 수도권 인구는 2601만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0%를 넘어섰다. 국토의 11.8%에 불과한 지역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인구가 집중되어 있다. 또 다른 통계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118개(52%)가 지역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었고, 초저출생 영향으로 올해 전국 6163개 초등학교 중 2.5%에 해당하는 157개 학교에는 입학생 0명으로 입학식조차 치르지도 못한 실정이다. 더불어 전교생 60명 이하, 한 학년 평균 학생 수가 10명 이하인 ‘작은학교’는 2023
“전쟁을 잘하는 자는 적을 끌어들이지, 적에게 끌려가지 않는다”라고 했다. 모름지기 리더라면 마음을 비워서 기다릴 줄 알아야 하고, 부하들이 자기의 재능을 다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한비자는 ‘군주가 자신을 내비치지 않으면 의견이 있는 자들이 스스로 말하게 되고, 일하는 자들의 공적이 저절로 드러나게 된다’고 했다. 노자는 ‘지나친 말과 행동은 자신에게 독이 될 수 있다’고 했다.에 ‘허실(虛實)’이라는 말이 나온다. 힘이 잘 모인 상태가 ‘실’, 그 반대가 ‘허’다. 충분히 대비가 있는 것을 ‘실’이라고 하고, 대비가 되
지금의 의료대란에 의사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한 심정입니다. 많은 요인이 내재돼 어렵고 복잡한 의료문제에 정부와 의료계가 충돌하여 왔습니다. 그 어떤 일보다 어려운 것이 의료 영역이어서 정부 또한 고심이 많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가보지 않은 위험한 길로 가고 있습니다. 6년 뒤에 5000명의 의사가 쏟아져 나오면 정부가 바라는 대로 필수의료과에 지원을 할까요? 또 이들이 수련할 대학병원이 의대생 인원만큼 늘어날까요? 구속된 이대목동병원 소아과 의사처럼 감옥에 갈 수 있는 소아과를 할까요? 차라리 바로 개원의가 되어 경험없이 진료를
갑진년 청룡의 해가 시작됨과 동시에 중대재해처벌법은 전 국민적 핫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1월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인 이상 50인 미만 중소기업까지 확대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모든 경영자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해야 한다.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거나 이행하지 않아 근로자가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경영자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2023년 한 해에만 800여명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어떠한 방법으로도 돌이킬
미국 경제학자 J.K. 갤브레이스(Galbraith)가 1977년 를 출간한 전후로 전 세계는 1·2차 석유파동의 여파로 극심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즉, 이전엔 경험하지 못했던 물가급등과 경기불황이 동시에 오는 현상을 겪고 있었다. 그의 주장은 그 시대를 관통하는 지도적인 사상이나 원리, 진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당시 혼란스러웠던 정치·경제상황, 국제정세 등을 배경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새겨지는 용어가 되었다. 현대사회에서는 불확실성이
동네 구멍가게 고객은 공사장 막일하는 일꾼도 있고, 마을 초·중고 개구쟁이 학생도 있습니다.5일장 전통시장의 고객은 시골 아낙네는 물론 60~70대 직업 없는 노인들이 많지요. 모두 제자리에서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입니다.그런데 서울 고급 살롱이나 4~5성급 호텔을 이용하는 기득권층, 소위 가진자들은 늘 밥그릇 싸움질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의사들은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를 놓고 돈과 명예를 흥정하려 하고 있습니다. 국민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아요.윤석열 대통령 각하님과 행정자치부 장관님, 검찰·경찰청
A씨는 2020년 주택을 취득했다. 국세청이 2023년 A씨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를 실시한 결과, A씨가 취득자금 일부를 시모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결정·고지했고. A씨는 이에 불복해 심판청구를 제기했다.A씨는 전세로 거주하던 주택이 매도돼 이사해야 할 상황이 발생했고, 전세가격이 급등하던 시기라 이사 갈 집을 구하지 못하자, 시모의 자금을 차용하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주택을 취득했다. 차용금에 대해 이자는 정기예금이자율을 적용해 이자를 지급하며, 원금은 시모의 요구가 있을 때에 언제든지 변제하기로 하고 특별한 요구
2022년 7월, 2023년 1월 두 차례에 걸친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으나 여전히 우회전 방법을 모르는 운전자가 적지 않아 도로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썸트렌드를 활용하여 ‘우회전 일시정지’ 키워드 검색 결과 ‘스트레스’ ‘지끈’ ‘헷갈리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높다. 이와 관련해 운전자들에게 개정 내용이 잘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돼 네가지 대원칙을 설명하고자 한다.첫째, 전방 차량 신호등이 적색인 경우 보행 신호등의 녹색·적색 여부와 상관없이 횡단보도(또는 정지선) 앞에서 무조건 일시정지 한다
지난주에 국가대표 출신 프로배구선수가 후배 선수 괴롭힘을 이유로 자격정지 1년이 확정됐고, 해당 선수는 불복해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필자의 경우 한 달에 2~3차례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인사위원회 등에 참석할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은 큰 이슈이다.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함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직장 내 괴
우리 삶에는 휴식이 있고, 그 휴식 속에는 힐링과 즐거움이 공존한다. 주말에 가족,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는 것 또한 열심히 일한 자신에게 주는 작은 선물의 하나다. 공연장이나 극장, 명소를 찾으며 저마다의 행복을 찾기 위한 노력, 그 속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보며 즐기는 예술의 향유가 아닐까 생각든다. 타인의 재능있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많은 즐거움을 받고, 행복한 시간을 선물받는 가운데, ‘타인’이라는 그 누군가의 삶을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다.다양한 직업 속에 예술이라는 장르의 직업군을 가진 분들은 오히려 주말과 공휴일 등
울주군청에서 웅촌로 건너편이 지통골 마을이다. 예전 닥나무가 많았다고 한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이 당산나무인 곰솔(사진)이다. 긴 팔을 뻗어 마을을 내려다보면서 지켜주는 장군처럼 당당한 모습을 하고 있다. 울주군 청량읍 율리 1283-22에 있다.3·1절 찾아간 나무에는 왼쪽으로 꼰 새끼줄로 만든 금줄이 둘러 있고 북어 한 마리도 매여 있다. 정월대보름날 0시에 제를 지낸 흔적이 남아 있었다. 나무 주변 낙엽들도 깨끗하게 정리한 상태다. 나무 아래에는 작은 돌 제단이 있고 굴뚝이 있는 제당 문 앞에도 금줄이 쳐져 있다. 청송마을
백운산 탑골샘에서 발원해서 바다로 흘러드는 태화강은 하구의 울산만과 함께 울산 역사의 중심 무대다. 아득히 먼 석기시대부터 사람을 불러들이고, 대곡천 암각화가 상징하는 고울산 문명을 꽃피운 현장이다. 신라가 융성하고 서라벌이 번성했던 것도 태화강과 울산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처럼 중요한 울산만 방어를 위해 크고 작은 성곽이 태화강 일대와 하구에 세워지고 또 무너져 갔다. 신라 이전부터 조선 전기까지 왜인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고, 신라전성기에는 왜와 중국, 동남아와 아랍 무역상이 드나든 곳이 울산 포구였다.태화강 하구가 공업항으로
새 학기를 맞아 전국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가 시작됐다. 늘봄학교는 초등1학년 학생에게 놀이활동 중심의 예체능, 심리·정서 프로그램 등을 1년간 매일 2시간 안팎으로 무상 제공하는 제도다. 초등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을 통합한 것이다. 교육부는 2025년에는 초등2학년까지 늘봄학교 대상을 확대하고 2026년에는 초등 전 학년으로 대상을 늘린다는 정책 방향을 내놓았다.하지만 일부지역에서는 참여율이 낮고 운영 시간도 짧아 애초 기대했던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최근 한 언론 보도에서는 학부모 84%가 참여를 희망
울산에 살면서 대왕암공원에 한 번 와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푸른 동해바다와 기암괴석, 울창한 해송과 철 따라 피는 온갖 꽃들이 대왕암공원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봄에는 수국, 여름에는 맥문동, 가을에는 꽃무릇, 초겨울에는 해국이 대왕암공원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해변에는 몽돌이 구르는 소리가 시원하면서도 경쾌하고 바다에 나가면 해녀들이 물질을 한다. 또한, 근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두 개의 등대가 있다. 하늘에서 봐도, 바다에서 봐도, 숲에서 봐도 멋진 풍경이다.대왕암공원은 자연경관뿐 아니라, 역사와 전설
최근 방송을 타고 ‘아름답다’의 어원이 화제가 되었다. ‘아름답다’에서 아름은 ‘나’를 뜻하는 한자 아(我)로 표기된다는 것이다. 즉, 아름답다는 말은 곧 나답다는 것으로 바꿔 해석할 수 있게 된다. 이 이야기는 많은 사람에게 공감과 감동을 주었고 행사의 슬로건이나 광고 문구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언어적으로 ‘아름답다’의 어원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출처도 알 수 없는 이야기에 그토록 감명받은 걸까?우리는 온전한 ‘나’이기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간다. 남들처럼 하는 것이 미덕인 사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