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의 고산지대를 여행하던 ‘나’는 마을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황무지에 도착한다. 자라는 것이라고는 야생 라벤더밖에 없는 데다 차갑고 세찬 바람이 부는 그곳에서 양치기 노인을 만난다. 노인은 희망이 없는 듯 보이는 땅에 매일 100개의 도토리를 심고 있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묵묵히 나무를 심는 이유는 무엇일까.식목일 즈음이면 나무 심기에 관한 소식이 많이 들린다. 지자체의 단체장이나 대기업 중심의 큰 행사부터 지인들이 참여한 소박한 식목 행사까지 규모도 수종도 다양하다. 몇 해 전 본인의 이름표를 붙인 나무를 심은 후
한낮의 햇살이 제법 톡톡하다.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물오른 나무에서 겨울눈이 사부작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마음이 급한 녀석은 인편 사이로 빼꼼 얼굴을 내밀기도 한다. 바야흐로 봄이다.새 가지와 어린잎이 나오기 시작하는 3월에서 5월은 봄전정 하기에 좋은 시기다. 전정은 필요 없는 가지를 잘라주는 일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가지치기라 하면 나무의 모양을 아름답게 만들거나 품질이 좋은 과실을 얻기 위한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가지치기는 나무의 건강이나 함께 살아가는 인간의 안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어떤 가지를 잘라내는 것일까. 말
입춘이 지나자 SNS에 기다렸다는 듯 꽃소식이 가득하다. 언 땅을 밀고 올라온 복수초며 변산바람꽃의 수줍은 인사에 마음이 팔린 사이 햇살에 얼굴을 물들인 홍매와 통통하게 살이 오른 갯버들도 아름다운 아우성이다.겨울에서 봄 사이 땅에 물기운이 돌기 시작하면 나무는 바빠진다. 덩달아 나무의사도 바쁘다. 휴면에서 깨기 전에 가지치기를 해야 하며, 작년에 설치한 해충 잠복소를 제거하는 일도 중요하다. 따뜻한 기운에 싹을 밀어 올린 어린잎이 큰 일교차나 갑작스러운 꽃샘추위에 동해를 입지 않도록 준비도 해야 한다.나무의사는 생활권 수목에 대한
지구의 온도가 계속 상승하거나 다른 여러 이유로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삶은 어떻게 변할까. 대재앙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떤 방법으로 생을 이어가야 할까. ‘더스트’로 인해 폐허가 된 지구와 그 이후를 다룬 김초엽의 소설 을 읽으며 떠올린 것이 시드볼트이다.시드볼트(seed vault)는 자연재해나 핵전쟁 같은 대재앙이 발생해 식물이 사라질 때를 대비해 종자를 영구 저장하는 시설을 말한다. 생물의 다양성 유지를 위해 운영되는 곳으로 보관 중인 종자는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에서만 반출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