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동구 일산동 대왕암 공원의 송림이 엽고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엽고병은 일종의 잎마름병이다. 잎 끝에서부터 중앙까지 크고 작은 검은 점이 산발적으로 나타나서 엽록소를 파괴하고 누렇게 변하며 마침내는 낙엽이 떨어진다.
 대왕암 공원의 송림은 해송의 숲으로 바람을 막기 위해 일제시대에 조성됐다. 현재 이곳에는 해송이 1만5천여 그루가 우거져 있으며, 방풍림 외에 휴양림, 산책림 등으로 다양하게 이용이 되고 있다. 이러한 송림이 엽고병에 걸린 것은 최근 2년간에 걸쳐 태풍 매미, 매기 등이 덮친데다 노령화가 주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대왕암 공원 일대 1만5천여 그루 가운데 4분의 3이 엽고병이 결렸다는 사실이다. 태풍으로 나무에 상처가 생긴 사이에 균이 침투해 감염이 됐으며, 현재 100그루 이상은 이미 고사한 상태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같은 고사가 가속화 될 것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우려를 낳고 있다.
 안 그래도 울산은 현재 부산, 경남등과 함께 소나무 에이즈라 불리는 소나무 재선충 때문에 비상상태에 놓여 있다. 88년 부산에 처음 내습한 재선충이 올해 들어서도 경북 청도와 울산에서 감염이 추가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보호수와 노거수에 소나무 재선충이 침투해 피해 방지를 위한 방제계획을 준비해 놓고 있다.
 이런 처지에서 울산 최고의 해송 숲인 대왕암 공원의 소나무들이 3분의 2 이상이나 엽고병에 걸렸거나 고사하고 있음은 참으로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소나무 재선충이 감염 1년 안에 거의 100% 고사되듯이 엽고병 역시 일단 걸리면 회복이나 회생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60회째를 맞는 지난 식목일에 강원도 양양과 고성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화마가 천년 고찰의 문화유산과 수십 년 가꾸어 온 마을과 숲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드는 광경을 모두가 지켜봤을 것이다. 왜 이런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일까. 그것은 적절한 관리와 보호가 필요한 생명원의 속성을 간과한데서 오는 필연 같은 것이다.
 재선충이나 엽고병이나 소나무를 고사시키는 병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지금 소나무가 당하고 있는 수난은 울산을 포함해 한반도 생태계가 당면한 최대의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울산시는 현실을 정확하게 직시, 재선충이나 엽고병에 걸린 소나무를 살리는 방제작업과 노력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등 나무관련 기관들과의 상호 협력체제도 굳히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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