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게 죄악이 되는 세상이라…. 살아야 할 중요한 이유가 없어진 암흑천지나 다름없다. 없어서 못 먹는 것이 아니라 눈앞의 음식도 숨어서 먹어야 한다면 그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정면 도전과 다름없다.

'신성일의 행방불명'에는 신성일이 등장한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유명 배우 신성일이 아니라 12세인지 15세인지 나이가 정확하지 않은 보육원에 사는 신성일이라는 소년이다. 영화에는 신성일뿐 아니라 이영애, 김갑수도 나온다.

이에 대해 감독은 "유명인의 이미지를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름만 같을 뿐 수많은 다양한 삶을 영위하고 있을 다른 '신성일들'에 대한 관심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목이 이 영화의 유일한 '상업성'을 띠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어쨌든 관심을 끌기 때문이다.

'재능 있는 소년 이준섭', '그의 진실이 전진한다'를 통해 단편영화계 스타로 떠오른 신재인 감독은 첫 장편 '신성일의 행방불명'으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베를리너자이퉁상, 밴쿠버 국제영화제 용호상 특별언급 등 역시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암울하다. 세상이 혼혈 미식축구선수 하인스 워드의 삶을 호들갑스럽게 조명하며 '구조적 모순이 있어도 개인만 잘하면 된다'고 선전하는 것과 다른 실제 현실을 조명한다. 사람들이 별로 알고 싶어하지 않고 또 알면 알수록 부끄러워지는 현실을 말이다.

신성일, 이영애, 김갑수가 사는 보육원의 원장은 급식비를 아끼려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먹는 것이 부끄럽다고 가르치며, 예수가 먹는 것을 본 적이 있느냐는 궤변을 펼친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초코파이조차 침대 밑이나 화장실에 숨어서 먹는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누가 먹는 것을 보면 귀신을 보고 놀란 듯 고함을 지르는 것 역시 그런 세뇌 탓. 와중에 남들보다 뚱뚱한 체격의 신성일은 원장에 의해 본보기로 금식에 돌입한다.

음지를 파헤치는 김기덕 감독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영화는 신 감독 특유의 냉소적 유머와 합쳐져 묘한 여운을 남긴다. 1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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