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컬렉터가 평생 모은 수집품을 일반인과 함께 즐기기 위해 만든 사립박물관에서 뜻밖에 재미있는 전시를 만날 때가 있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한국삼공(주) 등 제약업체를 경영해온 한광호 한빛문화재단 명예이사장이 만든 평창동의 화정박물관도 이색 컬렉션으로 유명하다. 5월 말 재개관전에서 티베트 탕카를 선보인 화정박물관은 이번에는 제약업계 경영자답게 유럽을 오가며 모은 약항아리들을 전시하고 있다.

1층 탕카전시장을 거쳐 2층에 100여 점이 집중 전시된 유럽의 약항아리들은 액체형태로 만든 약이나 말린 약용식물 등을 넣어두던 도자기다. 도공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예술작품이라기보다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편하도록 만들어 우리로 치면 막사발 같은 것이 약항아리다.

동양의 자기와는 사용되는 흙이나 성분이 조금 다르지만 흰색의 불투명 유약을 칠한 후에 여러 가지 색으로 알록달록하게 채색돼 아기자기한 맛이 있고 16~18세기 유럽의 풍습도 엿볼 수 있다.

주전자처럼 부리와 손잡이가 달린 것은 주로 시럽을 담는데 썼고, 땅콩 모양으로 가운데가 살짝 들어간 알바렐로형 항아리는 마른 약재를 담는데 주로 썼다. 항아리 몸체에는 약재 이름을 미리 써놓고 구워내거나 치유능력이 있다고 여겨진 기독교의 성인이나 수도회 문장이 새겨지기도 했다.

전시장 곳곳은 유럽의 약국과 환자 치료 풍경이 담긴 그림들을 확대해 꾸몄다. 전시는 내년 4월15일까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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