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북구 산하해변

강동동 11개 자생단체 '주민자율환경감시단' 결성
피서철 해변 환경정화·쓰레기 가져가기 캠페인도
뜨거운 날씨 힘들어도 깨끗해진 모습에 보람 느껴

여름이다. 무더위로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사람들은 산과 바다를 찾는다. 아름다운 자연속에 한 며칠 있으면 내 맘을 괴롭히던 걱정거리도 잠시 휴가를 떠난 듯 몸이 가볍다. 이처럼 여름휴가는 사람들에게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 울주군 선바위,진하해수욕장, 북구 산하해변, 동구 일산해수욕장 등이 우리 고장 울산의 대표적 피서지로 꼽힌다.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이곳을 찾는다.

그러나 이 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운 여름 휴가의 추억을 선물하기 위해 휴가도 반납한 사람들도 있다. 울산의 각 피서지에서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 봉사자들을 만나본다.

"즐거운 휴가 쓰레기 처리 꼼꼼하게 해서 마무리까지 확실하게 해야죠."

울산시 북구 산하해변은 정식 해수욕장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해마다 여름이면 많은 피서객들이 찾고 있다. 그들이 좀 더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북구 강동동에서 활동하는 11개 자생단체들이 두 팔을 걷어붙였다.

11개 단체는 '주민자율환경감시단'이라는 이름으로 피서철만 되면 산하해변을 찾아 환경정화활동을 벌인다. 주민자율환경감시단에는 통정회와 생활체육협의회, 동해라이이온스클럽, 바르게살기위원회, 자율방범대, 강동청년회, 새마을부녀회, 새마을 협의회, 생활개선회, 의용소방대 등 강동동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단체들이다.

주민자율환경감시단은 강동동 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이원호)를 중심으로 지난달 21일부터 약 3주동안 매일 북구 산하해변을 찾아 환경정화활동을 벌였다.

장갑과 집게, 포대로 무장한 이들은 매일 10명 이상씩 조를 짜서 2~3㎞에 이르는 산하해변 일대 정화활동을 갖는다. 이들이 한 번 해변가를 훑은 뒤에는 하루 평소 열 자루의 쓰레기가 수거된다.

이원호 주민자치위원회 회장은 "해가 지날수록 시민의식이 향상되서 그런지 눈에 띄게 쓰레기가 줄었지만 그래도 수거하고 보면 아직까지 쓰레기 양이 제법 된다"며 "특히 청소년들끼리 놀러와서 쓰레기를 그냥 버리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주민자율환경감시단이 환경정화활동을 벌일 때는 한 눈 팔새 없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눈에 보이는 쓰레기뿐만 아니라 얌체족들이 모래 속에 꼭꼭 묻어둔 쓰레기까지 파헤쳐 수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비라도 내리고 나면 모래속에 파묻혀 있던 쓰레기와 파도에 밀려온 쓰레기로 순간 해변은 사람이 아니라 쓰레기로 뒤덮히기도 한다. 이들은 치워도 치워도 계속 쓰레기가 나오기 때문에 묵묵히 환경정화만 펼치지 않고 직접 피서객을 대상으로 한 예방 활동에도 각별히 신경쓴다.

주민자율환경감시단은 해변을 찾은 사람들에게 쓰레기 되가져가기, 쓰레기 봉투 사용하기 등 캠페인을 벌인다. 이들은 종종 북구청에서 실시하는 산하해변 내 쓰레기 줄이기 캠페인에도 힘을 보탠다.

주민자율환경감시단으로 활동하면서 주민들이 겪는 에피소드도 많다. 그 중에는 스스로 아름다운 산하해변을 가꾸기 위해 모였지만 한 번씩 감시단의 힘을 빼는 일도 있다.

상대적으로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익숙지 않은 청소년들의 경우 일일이 쓰레기를 꼭 치우라고 말하고 약속을 받아낸다. 하지만 한 바퀴 돌고 와보면 청소년들이 있던 자리에 쓰레기만 덩그러니 놓인 경우가 많다.

또 고온다습한 날씨에 뜨거운 모래 사장 위를 오가는 것도 힘에 부친다.

이 회장은 "주민들 자발적으로 나서서 봉사활동하고 있지만 무더운 날씨에 음식물 쓰레기라도 나오면 역한 냄새가 나 힘들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어쩔 수 있나. 우리라도 치워야지"라고 말했다.

주민자율환경감시단은 대부분 농·어업에 종사하거나 인근에서 상가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생업으로 바빠 딱히 휴가도 없이 여름을 보낸다. 특히나 여름 한 철 장사를 하는 경우 시간을 내서 해변 쓰레기 수거에 까지 나서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만 지난 2002년부터 벌써 7년째 주민들의 봉사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 회장은 "청소년이든 어른이든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갖고 가는게 최고"라며 "그냥 버리고 가면 누군가 당연히 치우겠지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자율환경감시단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기간에 집중적으로 환경정화 및 홍보활동을 실시한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일이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상황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

이 회장은 "땡볕 아래서 쓰레기를 줍고 있는 우리를 보고 동참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거기서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환경정화활동을 꾸준히 펼쳐 산하해변이 대외에 깨끗한 해변으로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은행기자 redbank@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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