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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기획특집태화강백리
[강 마을 사람들]"주민 갈등이요? 없죠...마을 이름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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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3.01.27  17: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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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술령과 국수봉으로 둘러싸여 신라 충신 박제상과 김씨부인의 이야기가 구석구석 배여 있는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 만화리(萬和里)는 "만인이 화합되게 잘 살 곳"이라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답게 주민들간의 화합이 아주 각별하다.

 마을마다 한 두가지씩 민원이나 갈등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곳에는 그런 자그마한 갈등조차 없다. 살기가 넉넉해서인지, 마음이 넉넉해서 살기가 좋아진 것인지 주민들 스스로도 잘 모른다. 주민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농한기인 겨울한철 동안은 마을 회관이나 경로당에서 함께 어울려 지낸다. 혼자가 외로운 노인들은 아예 이곳에서 끼니를 떼우고 잠까지 잔다.

 만화리 주민들은 부지런한 것이 가장 큰 자랑이다. 산자락에 잇닿아 지천에 늘려 있는 논, 밭을 알뜰히 가꾼다. 빈땅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1만평에 가까운 단감나무 단지도 마을 공동으로 경작하고 있다. 그 덕에 체육대회 등 두동면 단위의 행사가 있을 때마다 가장 기부금을 많이 낼 정도로 부촌으로 손꼽힌다.

 전용출 칠조마을 이장은 "기본적인 농사에다 한우사육, 단감 등 과수를 재배하는 농가가 대부분이다보니 운전할 수 있는 사람들은 집집마다 차를 소유할 정도로 넉넉한 마을"이라고 자랑했다.

 10여년전 심어둔 단감나무가 최근까지 농가 수입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근래들어 단감 출하량이 전국적으로 늘면서 수입도 크게 줄어 작년에는 품값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수확을 다 하지도 못하게 되었지만 만화리를 넉넉하게 만드는 데 단감의 역할이 컸다.

 단감과 함께 또다른 수입원을 차지하는 것이 한우사육이다. 마을로 접어들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축사다. 100평 이상의 규모가 큰 축사만도 10곳에 이를 정도며 노인들만 사는 가구들이라 해도 1~2마씩은 기본적으로 키운다. 요즘은 소값이 잘 나가기 때문에 주민들도 덩달아 신이 나 있다.

 만화리에는 90년 초반까지만 해도 외지인들이 찾아드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군도 27호가 생겨나고 부터 사정이 확 달라졌다. 전원주택들이 하나 둘 건립되고 가든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칠조마을 하천 건너 대나무 숲 뒤편에는 전원주택 단지인 "흙사랑 동네"가 "별세계"처럼 들어서 있다. 부산과 울산 등지의 동호인들이 모여 건립한 전원주택 8가구는 어느 TV드라마속에 나오는 듯한 전경을 연출하고 있다. 분위기 자체가 마을과는 전혀 다르다. 색다른 분위기만큼이나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마을 주민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이렇다보니 전원주택단지를 보는 주민들의 시각도 곱지가 않다.

 한 주민은 "마을에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마을의 일부로 동화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별세계에 사는 것처럼 낯설게 지내고 있는 것에 대해 주민들 모두가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옻나무가 많아 붙여진 마을이름인 옻밭마을에 10여가구로 가장 많은 전원주택 들어서 있다. 반면 비조와 밤골, 숲안마을에는 1~2곳씩 전원주택이 자리하고 있다.

 만화리 주민들은 박제상 설화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그동안은 그저 그런 무관심속에 살아왔다. 최근 박제상 유적지인 치산서원이 복원되고 시티투어에 포함되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민들 스스로도 충신의 얼이 스며 있는 곳이라는 자부심을 갖게됐다. 동시에 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다. 관광객을 상대로한 찻집과 가든이 들어서고 과수를 즉석에서 내다 팔 수 있게 되면서 빈터마다 배나 단감을 재배가 늘고 있다.

 박치수 치산서원 관리인은 "오랜 세월동안 주민들은 박제상 유적과 더불어 살아왔기 때문에 오히려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았으나 근래들어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해지면서 스스로 "박제상 유적이 있는 만화리"라고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 사정이 좋아지면서 환경이 많이 달라졌지만 6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밀가루못"인 미역골못과 못안못은 옛모습 그대로 농지를 보듬고 있다. "밀가루못"은 순수한 주민들 노동으로만 만들어진 저수지로 품값대신 밀가루를 제공한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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