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 없는 VR·AR로 생색내기…부실 콘텐츠 한계
미래부, 예산·기획력 부족으로 관람객 유치 실패

▲ MWC 평창올림픽 홍보 전시관에서 상영 중인 K팝 뮤직비디오

정부가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7’을 무대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선보일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별도 전시관을 마련했지만, 콘텐츠 부실로 큰 아쉬움을 남겼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MWC 행사장에 105㎡ 규모의 평창올림픽 홍보 전시관을 열었다.

전시관 크기는 웬만한 글로벌 기업에도 뒤지지 않았으나, 관람객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가상현실(VR) 동영상, 증강현실(AR) 그래픽, 3차원(3D) 중계 시연 등 세 가지뿐이었다.

이 중 VR 동영상은 패러글라이딩으로 평창 상공을 돌아보는 내용이었는데, 단조로운 풍경만 계속 보여주는 식이어서 평창올림픽과 관련성을 찾기 어려웠다.

흥미성 면에서도 바로 옆 대만 HTC 전시관의 바이브 VR 체험 코너와 비교할 때 역부족이었다.

VR 고글을 쓰고 가상의 외나무다리 위를 건너보는 HTC의 바이브 VR 체험 코너는 오전 일찍부터 몰려든 관람객의 비명과 폭소로 가득해 썰렁한 평창올림픽 전시관과 뚜렷이 대조됐다.

AR 그래픽 코너는 더 허술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작한 AR 고글을 쓰면 ‘피겨스케이팅의 여왕’ 김연아의 그래픽이 등장하는데, 허공에서 엄지와 검지를 부딪치는 동작으로 그래픽 모양을 바꾸는 것 이상의 콘텐츠를 보여주지 못했다.

더구나 전시관에서는 이 VR과 AR 기술이 평창올림픽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될지에 관한 설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전시관 안팎에는 K팝 노랫소리가 요란했다. 평창올림픽 TV 중계에서 사용할 울트라 와이드 비전(UWV)을 소개한다며, 대형 스크린에 K팝 뮤직비디오를 종일 틀어놨기 때문이다.

관람객 사이에선 KT가 제4 전시관의 자사 부스에 마련한 평창올림픽 홍보 코너가 오히려 더 짜임새 있고, 내용과 맥락 면에서 충실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평창올림픽 홍보 전시관을 둘러본 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보고 즐길 콘텐츠가 거의 없어서 민망할 정도였다”며 “너무 불친절하고 성의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미래부의 MWC 전시가 이렇게 부실하게 구성될 수밖에 없었던 첫 번째 이유는 예산 부족이다.

MWC 제6 전시관에서 공간을 대여하는 비용은 3.3㎡에 1천만원가량으로, 미래부는 대폭 할인을 받고도 ‘땅값’에만 약 1억5천만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간 대여에 대부분 예산을 쓰다 보니 정작 그 안에 채울 콘텐츠를 다채롭게 준비하지 못한 셈이다.

기획력 부족도 한 요인이다. MWC 전시관에는 최신 글로벌 ICT 트렌드를 다양한 기법으로 보여주는 전시가 가득했으나, 평창올림픽 전시에서는 다른 전시관이 갖춘 통찰력이나 깊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현장에서 만난 미래부 관계자는 “평창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평창에 찾아오고 싶도록 만들려고 전시를 기획했다”고 했다. 그러나 20분 남짓 지켜보는 동안 평창 전시관을 찾은 관람객은 한명도 없었다.

전시관 관계자는 “MWC 개막 첫날과 둘째날 오전까지 약 300명이 방문했다”며 “K팝 영상은 16분 영상 중 5분에 불과했고, 기업 전시관과 달리 최신 제품을 홍보하러 온 것이 아니어서 목적도 달랐다. 예산도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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