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8일째 폭염경보 이어져

주취관련 경찰·소방출동 급증

시원한 동굴피아 관광객 늘어

▲ 18일 오후 울산 남구 중앙로 개선 공사장의 노동자가 휴식시간에 얼음물을 마시며 쉬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8일째 폭염경보가 이어지는 울산의 올 여름이 여느 해보다 지독하다. 건설현장 등 실외에서는 무더위와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반면에 폭염을 피해 서늘한 곳을 찾아나서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일부 관광지와 카페 등지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막노동 현장은 더위와의 전쟁

낮 최고기온이 33.5℃까지 오른 18일 오후 울산 남구의 한 건설현장. 마스크와 긴소매의 옷으로 중무장한 건설노동자들은 마치 물을 끼얹은 듯 온몸이 땀으로 젖어있었다. 먼지와 건설자재의 까칠한 표면으로부터 보호하고자 마스크를 벗기도, 소매를 걷기도 힘든 이들은 흐르는 땀을 닦을 여유조차 없어 보였다.

이날 만난 한 건설노동자는 “더위가 본격화되자 현장에서 얼음물이나 수박, 음료수를 제공하지만 한계가 있다”며 “더운 여름에는 하루하루가 고역이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업종별 온열질환 산업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온열질환 사망자 대부분은 건설업 종사자들이다. 그만큼 무더위에 가장 취약한 곳이다.

◇폭염에 경찰·소방 출동 급증

더위가 계속되면서 경찰과 소방 출동도 급격히 늘었다. 울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일주일간 경찰 출동 건수는 8997건에 달한다. 폭염특보가 내려지기전 일주일(4~10일) 출동 건수(7590건)에 비해 1407건이나 늘어난 셈이다.

경찰은 “1400건 중 대부분 주취 신고와 관련돼 있다. 폭염과 열대야 탓에 사람들이 더위와 갈증 해소를 위해 술을 찾다보니 주취 관련 신고와 출동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울산소방본부 역시 지난 11일 폭염특보가 내려진 이후 전주대비 구급 출동 건수가 소폭 상승했다.

◇동굴피아 도심피서지 각광

반면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가 반가워 웃음꽃이 핀 곳도 있다. 지난해 7월 개장한 태화강 동굴피아는 여름철 무더위 특수를 톡톡히 맞았다. 최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동굴피아를 피서지로 선택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남구청에 따르면 지난 1월 동굴피아의 전체 입장객은 3180명에 그쳤으나, 기온이 오르기 시작한 5월 8031명, 6월 7943명, 7월 현재까지는 3007명이 찾았다. 냉난방 설비가 없지만 동굴의 특성 탓에 동굴피아 실내 온도는 21℃ 안팎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냉면·빙수가게 문전성시

냉면 등 찬 음식을 파는 가게와 빙수를 내놓는 카페 등의 업종도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남구 삼산동에 위치한 한 대형 냉면집. 점심시간을 맞아 가게 주차장으로 들어오려는 차량 행렬 탓에 도로 가장자리 한 차선이 마비되며 교통정체까지 빚어졌다.

남구에서 냉면가게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여름이 오면 다들 더위에 힘들어하지만 우리는 더위가 한창일 때 장사가 잘돼 오히려 더 힘이 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쇼핑센터 등 냉방시설이 갖춰진 다중이용시설들도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김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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