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구 아파트 화재로 숨진 형제 ‘애도 물결’

▲ 지난 8일 화재로 인해 9살과 18살 형제가 참변을 당한 울산 동구 전하동 아파트 화재·추락 사고 현장에 주민들이 두고 간 꽃이 놓여있다.

교복입은 친구들로 빈소 울음바다
마지막까지 함께했던 친구도 오열
아파트내 사고 현장에 ‘추모 행렬’
어려운 살림에 최근 사기까지 당해
장례비용마저 없어 안타까움 더해
선거운동기간 성금 모금도 어려워

“부모님 힘들지 않게 부산에서 같이 사업해서 성공해 손 벌리지 말고 살자 했는데….”

9일 오후 울산 동구 전하동 아파트 화재 사고 현장에서 희생된 18살, 9살 형제의 빈소가 마련된 울산대학교 병원 장례식장. 사고 현장에서 희생된 A(18)군과 마지막까지 같이 있었던 C(18)군은 빈소에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오열했다. A군의 이름을 계속 부르며 C군이 자신의 잘못 같다고 자책하는 모습에 문상객들은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C군은 119에 신고를 한 뒤 소화전에서 호스를 꺼내 불을 꺼보려고 마지막까지 노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빈소에는 형제를 추모하기 위한 발길이 이어졌다. 상당수는 A군의 초·중·고등학교 친구들이었다. 교복을 차려입고 빈소를 찾은 친구들이 영정 앞에 도열해 절을 할수록 빈소 안의 울음소리도 커져갔다.

친구들은 A군이 “엄마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고 말할 정도로 평소에도 가족들을 먼저 생각하는 속이 깊은 아들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학교 성적도 좋았고 고1 때는 1학년장을 맡을 정도로 타의 모범이 되는 학생이었다고 한다. 동생을 구하기 위해 불길에 뛰어들 정도로 동생에 대한 마음도 애틋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유가족은 “애가 속이 너무 깊었다. 철이 너무 빨리 들어서 자기 동생을 자기가 지켜야 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면서 “이렇게 가버리면 어쩌냐”고 울음을 터트렸다.

형제의 부모는 너무나 큰 충격에 빈소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사고가 발생했던 아파트에도 형제를 추모하는 마음이 차곡차곡 쌓였다. 아파트 입구 화단에는 아파트 입주민들과 사고 소식을 들은 인근 주민들이 놓고 간 걸로 보이는 국화와 흰장미가 놓여있었다. 같은 아파트 동 주민이 놓은 것으로 보이는 장미꽃 한 송이에는 ‘별이 되어 있을 형제와 부모에게 위로가 넘치길’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사고 현장을 지나는 주민들은 “어쩌면 좋냐”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이날 형제의 부모가 최근 사기 피해를 당해 장례식은 물론, 운구차 비용도 없다는 안타까운 사연도 알려졌다.

교육청 등에 따르면 형제의 아버지는 지난해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해 큰 빚을 지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식당을 운영하며 모텔 수거 부업까지 하던 형제의 아버지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식당 손님까지 줄어 식당 운영이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형제의 어머니 역시 뇌병변 장애가 있었던 9살 아들을 위해 아이가 다니는 경북의 한 특수학교 인근 경주에 직장을 잡고 아들을 돌보며 일을 다니는 상태였다.

소식이 알려지면서 울산시교육청에선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을 계획이었으나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선관위의 답변에 따라 공무원들이 개별로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자발적으로 성금을 기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전날인 8일 오전 4시6분께 동구 전하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형인 A군이 불을 피해 아파트 베란다 난간에 매달려 있다 추락해 사망했고, 동생 B군이 베란다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군은 친구인 C군과 함께 음료수를 사먹기 위해 편의점에 갔다가 집에 불이난 것을 보고 동생을 구하기 위해 불길 속 집안으로 뛰어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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