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밤 - 오동춘
턱을 괸 내 창 앞에 손님이 왔습니다.
별들이 다 숨어도 밖은 환히 밝습니다.
가슴엔 하얀 추억이 소올소올 핍니다

▲ 김정수 시조시인

싸락싸락 포근한 2월의 눈은 반가운 손님이다.

가로등도 숨죽이고 두 귀를 열어 조용히 듣는다. 머지않아 봄이 올 텐데, 뭇 생명이 겨울잠을 자는 땅속이 허술할까 봐. 토닥토닥 덮어준다.

아무도 가지 않은 새벽 시골길에 하얗게 쌓인 눈! 그 위에 첫 발자국을 내다보면, 외갓집 따뜻한 아랫목에서 들려주던 할머니의 옛 이야기가 새싹처럼 머리를 내민다.   김정수 시조시인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