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에 손대지 마시오 - 배우식
상가 골목 노숙자가 덮고 있는 종이 상자.
그 위에 삐딱하게 쓴 ‘작품에 손대지 마시오’
시장의 맵찬 눈보라만 그를 가끔, 들춰본다

▲ 김정수 시조시인

‘작품에 손대지 마시오.’ 노숙자가 덮은 종이상자에 쓴 글, 설치미술로 치환된 노숙자의 자필인지, 행인의 장난인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것은 미술작품이므로 철거할 생각을 말라’는 노숙자의 강한 절규가 함축되어 있다. 늘 내몰림을 당하는 노숙을 한껏 예술로 승화시키는 기지의 비애. 바쁘게 오가는 행인들의 무관심과 골목을 파고드는 눈보라가 중첩 된 시장의 풍경이 맵차고 아프게 어린다. 김정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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