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처음으로 명승을 갖게 됐다. 반구천 일원의 명승 지정은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도 유리한 조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울산시가 암각화 보존 문제에 갇혀 수십년동안 반구천 일대의 역사성과 빼어남에 대한 인증을 간과하고 있었던 만큼 명승에 이어 세계문화유산까지 지정되도록 서둘러야 할 것이다.
반구천 일원은 천혜의 자연과 인간의 문화가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을 두고 차곡차곡 조화롭게 어우러진 공간이다. 공룡발자국 화석과 암각화, 그리고 그림과 글 등으로 그 흔적들이 선명하게 남겨져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역사 문화적 가치를 견주면 명승 지정은 오히려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2013년 4월 문화재청이 이 일대에 대한 명승 지정을 위해 현장실사까지 했으나 재산권 행사를 우려하는 주민들의 반발이 워낙 극심해 포기했다. 정부는 사유재산에 대해서는 충분한 보상을 해주어 개인적 손해를 발생시켜서는 안 된다. 역사문화유산은 인류의 재산이기도 하므로 사유재산을 이유로 막무가내로 반대하는 것도 안될 일이다.
문화재청도 명승지정을 예고하면서 “자연경관이 뛰어난 곡류하천과 공룡화석발자국 등 지질적 특성을 잘 보존하고 있으며, 구곡문화와 함께 정자 등 조망할 수 있는 저명한 장소가 있어서 자연 및 경관, 역사문화유산이 복합된 곳으로 명승으로 지정가치가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일부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있었음에도 이번 명승 지정은 법적 예고기간 30일이 지나고 불과 25일 만에 최종 결정됐다. 심의를 맡은 문화재위원회들도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본 것이다.
울산시는 이번 명승 지정을 반구천 일원의 가치를 새롭게 매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동안 지나치게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 등 바위그림에만 관심을 쏟아온 감이 없지 않다. 이곳에서 발견된 공룡발자국 중 수생 또는 반수생 파충류인 코리스토데라의 발자국 18개는 울산에서 발견된 새로운 발자국이라는 뜻의 ‘노바페스 울산엔시스(Novapes ulsanensis)’로 명명해 학계에 보고돼 있다. 반구구곡과 백련구곡 등 조선시대 교육과 정신수양 등 선비문화의 상징인 구곡(九曲)문화도 새롭게 되살려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