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구 형질세포 이상 생겨

면역저하로 인한 각종 감염

암세포 침착으로 뼈 통증도

70세까지는 항암치료와 함께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 병행

▲ 이유진 울산대학교병원 혈액내과 교수가 다발 골수종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혈액암인 다발 골수종은 65세 이상 환자에서 주로 발생해 ‘노인 혈액암’으로 알려져 있다. 서양보다 상대적으로 발생률이 낮았던 다발 골수종은 지난 30년간 30배 가까이 발생률이 증가했다. 발생 환자가 증가한 이유는 인구 고령화와 진단 기술의 발달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실제 발생 연령을 보면 평균연령은 67세이고, 50대 이상 80%이고 이 중 70대 이상 고령 환자가 30%를 차지한다. 노인성 질환으로만 볼 수 없는 다발 골수종에 대해 이유진 울산대학교병원 혈액내과 교수와 함께 알아본다.

◇노인 내과 질환과 유사

‘다발 골수종’은 혈액 내 백혈구 중 하나인 형질세포에 생기는 혈액암이다. 다발 골수종은 허리 통증, 가슴뼈 통증, 원인 모를 골절, 어지러움, 빈혈, 콩팥 기능부전 등이 주 증상으로 일반적인 노인 내과 질환과 큰 차이가 없어, 의심하지 않으면 다발 골수종 검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이로 인해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환자가 있다.

이뿐 아니다. 다발 골수종은 ‘다발 골수종 전 단계’에서 ‘무증상 다발 골수종’ 단계를 거쳐 일반적으로 발병하는데, 약 20%는 무증상 다발 골수종으로 우연히 진단되기도 한다.

다발 골수종의 형질세포는 바이러스, 세균과 같은 병원체를 공격하는 항체를 생산하는 면역세포로, 형질세포가 악성 골수종 세포로 변해 정상 면역이 파괴되고, 정상 조혈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다발 골수종의 발병 원인에 대해 이유진 울산대학교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아직 특별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농약·살충제·석유 등 화학물질 노출과 방사선, 유전적 요소 등이 발병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물질들이 발병에 대해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발 골수종, 이름만큼 다양한 증상

다발 골수종이 발생하면 면역 체계가 붕괴돼 면역 저하로 인한 요로감염, 폐렴, 피부감염이 자주 나타난다. 또, 악성 골수종 세포의 골침착으로 약 70%에서 척추와 늑골에 반복되는 골절과 통증이 나타난다. 또 악성 골수종 세포의 골수 내 침범으로 약 80%에서 빈혈이 동반돼 피로, 무기력, 창백,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혈소판 감소로 인한 출혈과 백혈구 감소로 인한 발열과 잦은 감염을 보이기도 한다.

이 교수는 “다발 골수종이 발생하면 과칼슘혈증과 아밀로이드증, 골수종 세포의 신장 침착과 면역글로불린으로 인한 신세뇨관 손상으로 부종, 소변량 감소를 동반한 신부전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이 생길 수 있기에 원인불명으로 다발 골수종에 걸린 50대 이상의 경우 다발 골수종 스크리닝 검사를 권유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발 골수종은 이름처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골수천자와 생체검사로 진단하고, 혈액과 요검사를 통해 악성 골수종 세포에서 분비되는 면역글로불린(M단백)을 확인한다. 뼈의 융해, 종양의 크기, 침범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영상학적 진단도 필수다.

◇조혈모세포 이식으로 치료 가능

다발 골수종 치료는 상황에 따라 나뉜다. 무증상 다발골수종은 당장 치료가 필요치 않지만, 수년 내 다발 골수종으로 진행되기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위험도를 분류한 후 추적 관찰을 한다.

기본치료는 항암치료와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술이다. 예전 국내에서는 65세까지만 조혈모세포 이식을 권했었다. 하지만 이미 전 세계적으로 고령의 다발 골수종 환자에게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술의 이점이 확인돼 국내에서도 2020년 9월부터 70세까지 이식에 대한 보험급여가 확대됐다.

이 교수는 “울산대병원도 고령환자 이식에 대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통합진료를 통해 이식 생존율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치료로 초기 무진행 생존률을 향상해 환자분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세포 줄어 재발 안 하면 완치

다발 골수종은 최근 신약 개발로 월등하게 치료 성적이 향상됐지만, 질환의 특성상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까다로운 질환 중 하나다. 다발 골수종 세포를 모두 없애는 것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약 15% 정도의 환자는 10년 이상 재발하지 않았다. 암세포 수를 최대한 줄여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재 완치 개념이다.

이 때문에 재발이 반복되면 다음 치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고려해 치료 예후 생각하며 초기 단계부터 치료 효과를 높이는 노력이 중요하다. 따라서 고용량 항암요법을 위한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술뿐 아니라, 최신 프로테아좀 억제제, 면역조절제, 단클론항체 등 복합요법을 초기에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병원에 있다 보면 ‘긴 병에 효자 없다’ 말들을 많이 듣는다. 다발 골수종은 질환의 특성상 오랜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수차례 입퇴원이 반복되며, 환자와 가족이 심리적으로도 많이 힘들어한다”며 “환자마다 처한 상황이 달라 진단·재발·치료 방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기에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하려는 의료진을 믿고 기다려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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