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수면부족 시달리는 현대사회
잠의 중요성 사회적 공감대 형성해
수면교육의 보편화·대중화 추진을

▲ 곽미자 춘해보건대학교 요가과 교수

잘 만큼 푹 자도 공부 잘하면 얼마나 좋을까. 많은 학생들의 소망이겠지만 아마도 잠을 부정적적으로 보는 사람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할 것이다. 모 고등학교를 방문했을 때 교실복도에 걸린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잠을 자지 않으면 꿈을 이룬다.’는 큼직한 글씨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래서 그럴까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여섯 시간을 자고도 자신은 많이 잔다고 여기며,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잠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수면의학에 의하면 사람마다 수면의 리듬이 다르며, 건강한 사람의 평균 수면시간은 7~8시간이라고 한다. 하루 여덟 시간을 자야 일상생활이 건강하게 유지되는 사람이 4~5시간을 자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을 해치게 된다.

누군가는 경쟁시대에서 여덟 시간을 자는 것은 시간 낭비가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여덟 시간을 자고 나도 피로하기는 매 한가지라고 말하는 분도 있다. 이런 분에게는 수면의 질을 고려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얕은 수면으로 밤을 지냈을 수도 있다. 만약 푹 잤음에도 여전히 피로하다면 수면부족이 누적된 채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수면 빚을 고려해봐야 한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수면의학자 윌리엄 디멘트에 의하면, 수면의 양이 충족되지 못하면 수면 빚으로 전환되며, 수면 빚은 일정시간 후에도 저절로 말소되지 않고 체내에 고스란히 축적된다고 한다. 윌리엄 디멘트는 의사들마저 수면의 중요성과 수면장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시대에서 수면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집필했던 <수면의 약속>을 1999년에 출간했다. 그 책에 의하면 현대인은 평균적으로 100년 전에 비해 매일 밤 90분 정도 덜 자고 있다고 한다. 20여년이 더 지난 지금, 디지털시대의 우리는 어쩌면 90분 그 이상으로 매일 밤 잠을 덜 자고 있는지 모른다. 필자 역시 수면 빚으로 졸음운전으로 폐차 수준의 교통사고를 낸 후 수면의 중요성에 대해 눈뜨기 시작했다. 수면부족으로 우리 사회는 얼마나 많은 생명을 잃고 산업재해로 인한 손실을 야기하는지 모른다.

수면의 중요성에 눈 뜨기 이전부터 요가의 이완법이자 명상법인 요가니드라(요가의 잠)를 가르치고 이완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지만 죽을 뻔한 졸음운전 사고를 당한 후부터 요가니드라와 수면의 중요성을 결합한 수면요가명상을 안내하고 있다. 인도에서 공부를 할 때 스와미 싸띠아난다가 인도 고대의 탄트라 수행법을 현대인에게 적합하도록 개발한 요가니드라 프로그램을 직접적으로 배울 수 있었던 기회는 평생의 보물이 되었다. 스와미 싸띠아난다는 자신의 어린 제자를 요가니드라로 모든 공부를 시켰다. 아이가 잠든 후 약 3분 뒤에 경전의 일부를 낭송해 준 다음 아침에 아이가 일어나면 잠들었을 때 들었던 경전을 읽게 하는 방식으로 모든 것을 가르쳤다. 그 아이는 잠든 상태에서 잠시 학습한 후 아침에 일어나 그 내용을 한 번 더 반복하는 것으로 학습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알아야 할 것은 모두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수면요가명상은 편안하게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서 안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마음챙김하는 안내 명상이다. 방과후 요가 수업시간에 아주 짧게나마 수면요가명상을 안내했던 어느 요가선생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학생들은 깊은 휴식을 체험하게 되어 다음에도 해달라고 요청하지만 학교에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학생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잠만 자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에 집단적으로 최면이 걸려있는지도 모르겠다.

잠은 모든 연령대에서 너무나도 중요하다. 특히 한참 성장하는 청소년기에는 자는 동안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므로 미래의 건강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잘 자야 공부도, 대인관계도 행복하다. 잠의 중요성을 가정에서는 부모부터, 학교기관과 정부기관이 함께 인식해가야 한다. 이제 학습방법도 다양해졌다.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학습법으로 새로운 창조적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다들 말은 하는데, 그 창조력이 충분한 잠과 무의식의 깊은 이완에서 나온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듯하다. 미래 세대에 건강과 창조력을 강조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잠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하고 잠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수면교육이 대중적으로 보편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곽미자 춘해보건대학교 요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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