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철호 문학박사·인문고전평론가

세상에는 말을 잘못하여 인생의 절정에서 추락한 사람들이 많다. 절정의 문턱에서 절정에 오르지도 못하고 무너진 사람들은 더 많다. 그런 사람이 많음에도 그런 사람은 계속 발생한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굳이 인생의 절정까지 갈 것도 없다.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찾기란 어렵지 않다. 내가 하는 말이 누군가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거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 더러는 내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인생을 힘들게 하고 그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줄 수도 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공자의 제자 중에 사마경(司馬耕)이란 사람이 있다. 그는 자가 자우(子牛)였는데, 말이 많고 성질이 조급하였다. 한번은 그가 공자에게 인(仁)이란 어떤 것인지 물었다. 그때 공자는 “인한 사람은 자신의 말에 조심한다.(仁者其言也訒)”라고 답했다. ‘인(訒)’은 말을 더듬다, 과묵하여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참다 등의 뜻을 가진 한자이다. 여기서 ‘말을 더듬다’라는 것은 실제로 더듬다는 의미보다는 말을 참고 함부로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니 말을 신중하게 하다 또는 말함에 있어서 조심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자우가 다시 공자에게 “말을 조심하기만 하면 이것을 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라고 되물었다. 공자는 “그렇게 하는 것이 어려운데, 말을 하면서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답했다. <논어> ‘안연’에 나오는데, 사마천의 <사기> 열전 중 ‘중니 제자 열전’에도 있다.

인(仁)은 유교에서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최고의 경지이다. 공자는 그 인이 무엇이냐고 묻는 제자에게 자신의 말에 조심하는 것이라고 했다. 덧붙여 공자는 그렇게 하는 것이 몹시 어렵다고도 했다. 자신의 말에 조심하는 것, 누군가에게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은 남을 위하는 말이기 이전에 나를 위하는 말이다. 자우가 공자에게 군자에 관해서 물었을 때 공자는 “군자는 근심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다”면서 “안으로 반성하여 꺼림칙하지 않다면 무엇을 근심하고 무엇을 두려워하겠느냐?”라고 답했다. 인을 갖추고 행하는 사람이 군자이니, 그 군자는 근심이 없고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가 인을 행하기 때문이며, 이는 달리, 그가 자신의 말에 조심하기 때문이다. 송철호 문학박사·인문고전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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