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승리 세리머니 하려는 순간
포항구단 대표곡 큰 소리로 송출
팬들 고통 호소…일부는 병원행
고의 도발 지적에 포항측은 침묵
울산현대 “정확한 피해파악부터”

프로축구 K리그1 동해안 더비 이후 포항 스틸러스 구단 측의 과도한 음향 송출로 일부 울산 팬들이 병원 치료를 받는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K리그 2위로 압도적 선두인 울산을 뒤쫓고 있는 포항의 다분히 고의적인 도발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울산 현대 구단은 팬들의 정확한 피해 상황 파악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8일 울산과 포항 간 하나원큐 K리그1 2023 21라운드이자 176번째 동해안 더비가 포항에서 펼쳐졌다. 치열한 승부 끝에 울산의 1대0 승리로 경기는 종료됐다.(본보 7월10일자 13면)

문제는 경기가 끝난 직후 발생했다. 경기에서 승리한 울산 선수단과 팬들이 승리 세리머니를 진행하려던 순간, 경기장 앰프를 통해 포항 구단의 대표곡 중 하나인 ‘영일만 친구’ 대중가요가 큰 소리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스피커와 가까운 2층에 위치한 팬들은 귀를 틀어막거나 경기장을 빠져나갔고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이명, 어지럼증 등을 겪은 팬들이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구단 팬 커뮤니티 등에서 해당 상황이 담긴 영상과 피해 사례 등을 공유하거나 병원을 다녀온 뒤 진단서를 첨부하는 등으로 반발하고 있다.

울산 팬 A씨는 “당시 현장에서는 울산 팬들뿐만 아니라 포항 팬들도 시끄러운 볼륨 탓에 본부석을 향해 소리를 줄여달라는 표현을 했다. 하지만 포항 구단 측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20~30분 동안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팬 B씨는 “포항뿐 아니라 다른 경기장에서도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는 만큼 각 구단 간의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90~100dB 사이는 청력에 손상을 줄 수 있으며, 100~120dB 사이일 경우 청력 기능 일시 상실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안방에서 라이벌에게 패한 포항 구단이 울산의 승리 세리머니를 방해하기 위해 고의로 이 같은 행동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 팬들은 경기 후 포항 구단 공식 SNS를 통해 메시지 등을 남기며 항의했다. 이들은 그럼에도 포항 구단 측에서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 관계자는 “양 구단 윗선에서 앰프 사태와 관련해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으로 안다”며 “정확한 피해 상황 파악을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와 관련해 포항 구단 측에 연락을 취하고자 했으나 닿지 않았다.

박재권기자 jaekwo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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