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이의 웃음 보고 싶어한 하선처럼
리더는 공감능력 있어야 마음을 산다
권력에 취해선 명분도 공감도 못얻어

▲ 정은혜 한국지역사회맞춤교육협회장

1979년 12월12일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작전을 그린 영화 ‘서울의 봄’은 개봉 이후 누적 관객 700만명을 넘어서며 ‘분노를 참으면서 보는 영화’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12·12군사반란을 배우들의 열연을 통해 생생히 그려내고 있는 ‘서울의 봄’, 최근 몇몇 초등학교에서 5,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단체관람을 계획했다가 취소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역사교육 차원에서 단체관람이 맞다는 찬성 여론과 어린 나이에 편향된 역사관을 심어 줄 수 있다는 반대 여론이 충돌한 것이다.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정부 개각과 각 대기업들이 변화와 혁신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세대교체를 하고 있는 요즘, 그들이 내세우는 변화와 혁신에 다수의 국민들이 과연 공감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서울의 봄’에서 황정민 배우가 연기한 전두광 보안사령관과 그 일당들이 주장하는 명분에 공감한다면 ‘서울의 봄’을 분노를 참으며 보는 영화라 칭하진 않을 것이다.

10여년 전 ‘광해, 왕이 된 남자’라는 영화가 있었다. 이 영화에는 이병헌 배우가 하선이라는 인물으로 나온다. ‘광해, 왕이 된 남자’의 가짜 왕 하선(이병헌)은 다른 사람의 얼굴에서 웃음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비단 중전(한효주)의 웃는 얼굴만이 아니다. 그는 어린 궁녀 사월이(심은경)와 조 내관(장광)의 얼굴에서도 웃음을 보고 싶어 한다. 자신에게서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 도 부장(김인권)도 예외는 아니다. 곁에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궁궐 밖에 살고 있는 수많은 백성의 얼굴에서도 웃음이 피어나길 소망한다.

“내 그들을 살려야겠소! 그대들이 죽고 못사는 사대의 예보다 내 나라, 내 백성이 열 갑절, 백 갑절은 소중하오!” 라며 대신들을 꾸짖었던 것도, 대신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동법을 당장 시행하라고 명하는 것도, 백성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피어나길 소망했던 그 마음의 외침이였다.

사월이, 조 내관, 중전, 도 부장 그리고 허균(류승룡)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차례로 마음을 내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왕이 되었지만 광대의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얼굴에서 웃음을 찾으려 애쓰는 하선의 진심, 하선은 결국 관객들의 마음까지 빼앗아 누적관객수 1232만명이라는 대기록를 달성했다.

우린 하선에게 배워야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내어준다는 사실과 이런 마음들이 모여 왕을 만든다는 것을.

하지만 이런 공감능력을 갉아먹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권력의 맛’이다. 권력은 그것을 가진 자에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조건 취할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한다. 한번 권력을 맛보면 다른 사람의 마음 상태에는 둔감해지고, 오로지 자신의 목표와 욕구에만 집중하게 된다. 이런 권력의 남용은 명분도 공감도 얻지 못하고 결국 조직을 붕괴시키는 단초가 된다.

연말과 연초에 많은 조직에서 인사이동이 이루어진다. 인사고과는 명확하고 투명해야 함은 물론이고, 일을 잘못하는 팀원이라도 아무런 지적이나 경고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해고 통지를 한다면 그것은 올바른 인사관리가 아니다. 잘하는 팀원에게는 상을 주고 못하는 팀원에게는 따끔한 충고나 처벌이 있어야 한다. 상 20%, 중 70%, 하 10%로 구분해 상위 20%에게 보상하고 하위 10%는 처벌하는, 2:7:1 인사관리는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인사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모든 직원들이 공감하는 명확하고 투명한 인사관리가 직원들의 도전과 창의력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이는 곧 동기부여로 작용해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낸다.

부질없는 욕심일까. ‘광해, 왕이 된 남자’의 가짜 왕 하선처럼 다른 사람의 얼굴에서 웃음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공석이 된 정부부처의 장차관이길,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 대기업들의 경영진들이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정은혜 한국지역사회맞춤교육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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