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끝) 인기 관광촌 변신 울산도 가능하다
부산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사하구 감천문화마을
영화 촬영지·‘부산토리니’ 등 전국적 관광명소 도약

울산 무허가촌 동구 성끝마을·남구 장생포회센터 등
거창한 청사진보다 실효성 있는 개발 방안 마련 시급

▲ 지난 1월 방문한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연간 200만명의 방문객이 찾고 있다.

‘공원 부지 내 무허가촌, 항만개발구역 내 회센터, 개발제한구역의 무허가 공업단지.’

울산에서도 다양한 무허가촌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국·공유지, 심지어 사유지 등에서 수십년전부터 모인 사람들이 마을이나 산단을 만들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공원 및 항만 개발계획, 국가산단 계획 등 거창한 청사진이 제시되곤 하지만 어느 하나 명확한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첨단도시, 생태환경도시로 도약하는 현 시점에 맞는 실제적인 개발 방안을 갖춰야 한다.

무허가촌을 관광지 등으로 변모시키려는 시도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달 취재진이 방문한 부산 영도 흰여울문화마을은 동해 바다를 끼고 골목을 돌아다니면서 구석구석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바다 절벽 위 카페에서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고, 계단을 타고 내려가 해변 산책을 할 수도 있었다. 좁은 골목이 지나다니기 힘들 정도로 관광객들이 가득 메웠다.

이곳은 해방 이후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피란민과 실향민이 33㎡ 남짓한 1~2층 규모의 주택을 세워 들어선 마을이다.

2000년대 들어서 영도구를 중심으로 문화마을 만들기 사업이 본격화 돼 ‘무한도전’ 영화 ‘변호인’ 촬영지로 인기를 끌었다.

2014년 7월에는 국·시비 38억원을 들여 마을입주 예술작가와 주민을 중심으로 흰여울 문화마을 만들기 사업이 진행됐다. ‘무지개계단’ ‘피아노계단’ 등의 계단을 타고 내려가 해변을 산책할 수 있으며, ‘흰여울해안터널’도 인기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영도 문화원 관계자는 “마을에는 연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며 “무허가 시설물, 주민 불편 등과 관련해 앞으로 지자체와 같이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는 많다”고 설명했다.

▲ 지난 1월 찾은 부산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은 드라마, 영화 촬영지 등으로 인기를 끌며 해양, 골목관광의 명소로 연간 100만여명의 방문객이 찾고 있다.   영도문화원 제공
▲ 지난 1월 찾은 부산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은 드라마, 영화 촬영지 등으로 인기를 끌며 해양, 골목관광의 명소로 연간 100만여명의 방문객이 찾고 있다. 영도문화원 제공

울산 행정당국이 눈여겨봐야 할 점은 이 흰여울문화마을이 울산 동구 성끝마을처럼 국·공유지 위에 지어진 무허가촌이라는 점이다.

두 곳 모두 지자체의 허가 없이는 기존 건축물의 리모델링을 할 수 없다. 또한 ‘일반음식점’ 영업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흰여울문화마을이 지금처럼 전국적 관광지로 변모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적극적인 행정이 한 몫했다.

부산시는 시민건강과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을 위해 노후 슬레이트 건축물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공원 부지에 속해 울산의 대표적인 무허가촌으로 남아 있는 울산 동구 ‘성끝마을’ 주민들은 통영의 동피랑마을과 같은 골목 관광지로의 변화를 지자체에 요구하고 있다.

박문옥 동구의원은 “성끝마을은 부산 흰여울문화마을과 비슷한 상황”이라며 “바다와 골목을 잇는 동구 주요 관광지로 도약하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 남구 장생포회센터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행정기관에서는 주기적인 단속보다는 신고에 의존하고 있으며, 고발 조치 이후 벌금 등을 내고 다시 불법행위가 이어져 사실상 행정 관리·감독권 밖에 있는 것이다.

관광지 도약을 위해선 관련 조례 등의 변경·유예 등을 통해 이들을 제도권 안으로 들여 안전한 먹거리 제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도시재생을 통해 관광명소로 거듭나는 사례도 있다.

‘부산토리니(부산+그리스 산토리니)’라 불리는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정착해 맨 땅에 주민 스스로 집을 짓고 소규모 마을을 이루었다. 사람 하나 겨우 지날 정도의 좁고 꼬불하게 연결된 골목길에 슬래브·슬레이트·양철지붕에 알록달록 색깔을 입힌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특히, 어린왕자 조형물은 포토존으로 인기다. 지난 2009년 ‘아름다운 도시만들기 도시재생 사업’이 시행돼 연간 200만명이 방문하는 관광 명소로 도약했다.

지자체의 구체적인 도시·공원계획이나 지원이 없이는 주민 자발적 이전을 기대하긴 어렵다. 수십년동안 같은 자리에서 거주 혹은 영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울산지역내 여럿 무허가촌 주민들의 공통적인 주장은 “공원·국가기반시설 등 개발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이미 낮아진 보상금으로는 방 한칸 얻기 힘들다”는 논리다. 즉, 이주에 대한 현실적인 정책이나 대안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홍유준 울산시의원은 “눈길을 끄는 건물이나 시설물도 중요하지만, 도시·공원계획 측면에서 이들과 공존할 것인가, 이주시켜 새롭게 개발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