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왜곡죄 사법부 독립 훼손 우려
법원행정처 폐지, 삼권분립 침해
재판소원, 사실상 4심제로 소모적
지난 2일 여당 대변인은, 국회의 국정감사가 모두 종결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대대적인 사법개혁 작업에 착수할 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사법계획 관련 쟁점에 대하여 국회법제사법위원회 공청회 및 의원들의 정책 총회 등을 거쳐서 공론화 과정을 밟을 것이라고 하였다.
민주당이 국정감사 이전에 밝힌 7대 사법개혁 과제는 ①대법관 증원 ②대법관 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 ③법관평가제 도입 ④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⑤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⑥재판소원(확정판결에 대한 헌법소원) 도입 ⑦법왜곡죄 도입이었다. 여기에 국정감사를 거치면서 ⑧법원행정처 폐지 검토를 추가하여 사법개혁 과제를 8가지로 늘렸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 중지법은 9가지 과제에 포함되었다가 최근 철회되었다.
위 과제 중 형사사건의 1심 판결문과 항소심 판결문을 재판확정 전이라도 전면적으로 열람하고 복사할 수 있도록 해 주자는 ④번의 과제와 판사가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할 때에도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관련자들을 불러서 대면신문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⑤번의 과제는 민주당과 대법원 사이에서 의견 차이가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대법관을 증원하자는 ①번 과제는 민주당이 26명을 증원하자고 하고 있는 반면에 대법원은 4명 정도의 증원은 괜찮다고 하여서 증원 숫자에는 차이가 많지만, 어쨌든 증원 자체는 기정사실처럼 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쟁점에 관하여서는 민주당과 대법원 사이의 의견 차이가 아직 크다고 한다.
필자가 볼 때 다른 것보다 ⑦번 법왜곡죄를 도입하는 것은 정말 문제가 많다. 형사사건을 담당하는 판사나 검사가 법을 잘못 적용하거나 잘못 해석하는 경우, 형사처벌하자는 것이다. 아마 민주당도, 어떤 정치적인 편향성을 가지고, 명백하게 자의적으로 혹은 일반적인 견해에 비추어서 도저히 수긍할 수가 없는 내용으로, 형사 관련 법률을 적용하거나 해석하는 경우를 예외적으로 처벌하려는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하여도, 이런 죄를 신설하게 되면 양심에 따라서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판사나 검사에게 큰 심리적인 부담감을 줄 수 있다. 그리고 그로 인하여 판사나 검사는 여론의 추이나 여론을 선도하는 정치적 권력의 의견에 쫓아서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게 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여론이나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여 재판한다는 사법부의 독립을 심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 지금도 판사·검사의 잘못에 대하여서는 국가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이 가능한데, 거기에다가 형사처벌까지 하고자 하는 법왜곡죄의 신설은 찬성하기 어렵다.
그리고 대법관 중 한 명이 수장을 맡고 있는 법원행정처는 법원의 인사·예산·시설 등에 대한 결정을 담당하는 사법부 내 최고의 행정기구인데, 이를 폐지하고자 하는 것이 ⑧번 과제이다. 민주당은 법원행정처가 법관 중심으로 짜여 있어서 폐쇄적이고,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는 등 비민주적이기 때문에 이를 폐지하고, 그 대신 국회에서 추천하는 비법관 위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법률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권력을 가진 국회가 사법행정위원회를 통하여 법률을 적용하고 해석하는 사법부까지 장악하는 결과가 될 수 있고, 이는 삼권분립의 정신에 반한다. 다수를 대변하는 정치권력이 사법행정위원회를 구성하게 되면, 최소한의 기본권 보장이나 소수자의 권리 보호가 소홀해 질 우려가 있다. 사법행정위원회 설치도 선뜻 찬성하기 어렵다.
현재 모든 공권력에 의한 기본권의 침해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공권력 중 법원의 판결 선고는 예외로 하고 있다. 그 대신 법원의 판결은 1심, 항소심, 상고심을 통하여 세 번의 재판 기회를 주고 있고, 예외적으로 재심이라는 제도도 있다. 그런데, 법원의 판결에 대하여서도 헌법소원을 인정하자는 것이 ⑥번 과제이다. 그러나 세 번의 재판을 통하여 결론을 내린 사건이라면, 더 이상의 절차를 허용하지 않아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3심제에 이어서 추가로 헌법소원까지 허용하게 되면, 사실상 소송이 4심제로 바뀌어서, 법적 분쟁에서 이기는 사람이나 지는 사람 모두에게 너무 심한 소모전을 초래하는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