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는 미국 진출 우선시
구단, 외국인선수 선발 무게감
박찬호 영입 후 활기 띌 듯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예년과 다르게 미지근하게 흘러가고 있다.
FA 시장은 지난 9일 개장했지만 나흘이 지난 13일 오후 4시까지 단 한 건의 계약도 나오지 않았다.
개장 나흘 만에 7명의 선수가 계약한 지난해 스토브리그 분위기와 큰 차이를 보인다.
올겨울 FA 시장이 조용한 이유는 공급과 수요가 맞지 않아서다.
지난해엔 각 구단의 전력난을 메워줄 맞춤형 선수들이 대거 FA 시장에 나왔다. 선발 투수와 내야수 영입이 급했던 한화 이글스는 엄상백, 심우준을 발 빠르게 영입했고, 심우준을 빼앗긴 kt wiz는 허경민과 계약해 전력을 채웠다.
선발 자원이 필요했던 삼성 라이온즈는 최원태를, 불펜 문제를 겪은 LG 트윈스는 장현식을 잡으면서 FA 시장이 뜨거워졌다.
반면 이번 스토브리그엔 각 구단의 갈증을 해갈해줄 핵심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주전 유격수로 활용할 수 있는 박찬호, 타격 능력이 좋은 강백호 정도다.
현재 박찬호는 원소속 팀 KIA 타이거즈를 비롯해 kt wiz, 롯데 자이언츠, 두산 베어스 등이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강백호는 미국 진출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그는 22일 미국으로 출국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스카우트를 대상으로 쇼케이스를 열 예정이다.
강백호는 MLB 진출이 좌절될 경우 KBO리그 구단들과 계약 조건을 조율하겠다는 입장이라서 계약 발표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선택지가 새로 생긴 것도 FA 시장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6 프로야구는 아시아 쿼터 제도를 도입한다. 각 구단은 포지션 제한 없이 아시아리그 소속 아시아 국적 선수를 한 명씩 영입할 수 있다.
최대 20만달러의 몸값으로 급한 불을 끌 수 있기 때문에 ‘게임 체인저급’ 특급 선수가 아니라면 굳이 FA시장에서 무리한 베팅을 할 필요가 없다.
이달 말엔 2차 드래프트도 열린다.
2차 드래프트에선 은퇴 갈림길에 선 베테랑 선수들이 다수 시장에 나오는 만큼, 경험 많은 선수가 필요한 구단은 2차 드래프트까지 치른 뒤 FA 시장을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
KBO리그를 찾는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이 높아진 것도 FA 시장 분위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지방 구단 관계자는 “잘 뽑은 외국인 선수 1명이 국내 FA보다 팀 전력에 훨씬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각 구단은 외국인 선수 선발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큰 손’ 역할을 하는 구단이 사라진 것도 이번 FA 시장이 미지근하게 펼쳐지는 배경이다. 매년 스토브리그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몇몇 구단에 따라 선수 몸값이 요동쳤다.
특히 최근 3년 동안은 한화가 FA 시장을 주도했다. 채은성, 안치홍, 엄상백, 심우준 등을 영입하며 선수 몸값을 키웠다. 그러나 리빌딩을 완성한 한화는 올겨울 외부 FA 영입에 인색한 움직임을 보인다.
올 시즌 우승팀인 LG와 지난해 우승팀 KIA 등도 내부 FA 단속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다만 박찬호 영입전이 마무리되면 FA 시장 흐름이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한 수도권 구단 관계자는 “박찬호의 행선지가 결정되면, 영입에 실패한 팀들이 남은 실탄을 다른 선수 영입에 활용할 수 있다”며 “준척급 FA들이 박찬호의 계약을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