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전반 염증 일으키는 전신질환
전국 성인 비만율 10년새 31% 급증
울산 청소년 비만율도 전국 상위권
내장비만, 암·대사질환 위험성 높여
약물 보조수단…생활습관 교정 필수
체중 5%만 줄여도 건강지표 호전돼
규칙적 수면·식습관·신체활동 중요

▲ 울산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정태흠 교수는 “비만 치료의 중심은 약물이 아니라 식이·신체활동·수면이라는 기본 생활습관의 재정립”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이 비만인 것으로 나타날 정도로, 비만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 10년간 비만율이 약 30% 급증하면서 생활습관 개선과 체계적인 관리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비만은 단순한 체중 증가를 넘어 심각한 건강 위험을 초래한다. 울산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정태흠 교수와 비만의 원인과 치료 및 예방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울산 8대 특·광역시중 비만율 가장 높아

질병관리청이 최근 발표한 2024년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성인 중 34.4%가 비만으로 조사됐다. 이는 10년 전인 2014년 26.3%에서 약 30.8% 증가한 수치로, 비만 문제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조사는 전국 17개 시도 성인 약 23만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실시됐으며,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을 비만으로 정의했다. 성별 분석 결과 남성의 비만율이 여성보다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비만율은 41.4%로 여성 23.0%보다 약 1.8배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남성의 경우 30대(53.1%)와 40대(50.3%)에서 비만율이 가장 높았고, 여성은 60대(26.6%)와 70대(27.9%)에서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전남(36.8%)과 제주(36.8%)가 가장 높고, 세종(29.1%)이 가장 낮았다.

특히 울산의 비만율은 전국 평균을 웃돈다. 울산 성인의 비만율은 34.7%(남성 45%, 여성 24%)로 8대 특·광역시 중 가장 높다.

울산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정태흠 교수는 “산업도시 특성상 잦은 회식, 불규칙한 식사, 야근, 높은 음주율 등이 체중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울산 청소년 비만율도 전국 상위권으로, 성장기 비만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지역 차원의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만은 단순히 체중이 늘어난 상태가 아니라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된 상태를 말한다. 근육량이 많아서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은 비만이 아니지만, 체중이 적더라도 지방이 많으면 비만이다. 특히 복부 지방이 많은 내장비만은 건강에 더 위험하다. 허리둘레가 남성 90cm(35.4인치), 여성 85cm(33.5인치) 이상이면 비만으로 분류한다. 내장지방 증가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지방간 등 대사질환의 위험을 크게 높이며, 체중보다 허리둘레가 건강 상태를 더 정확하게 반영한다.

정태흠 교수는 “비만은 대부분의 만성질환을 악화시킨다”며 “대표적으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며, 심근경색·뇌졸중과 같은 치명적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방간, 관절염, 수면무호흡증, 역류성 식도염 등은 비만이 흔히 유발하는 질환이며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규칙적인 식·수면습관·신체활동 중요

특히 비만은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인 암의 주요 위험요인이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유방암, 전립선암도 비만과 관련이 깊다. 비만은 단순히 체형의 문제가 아니라 신체 전반에 염증과 호르몬 불균형을 일으키는 전신 질환이다.

비만은 섭취하는 에너지와 소비하는 에너지 사이의 불균형에서 발생한다. 야식, 외식, 고열량 간식, 단 음료 등의 섭취 증가와 활동량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유전적 요인도 있지만 그 비중은 크지 않으며, 가족 단위 비만은 체질보다는 생활습관과 환경의 유사성에서 비롯된다.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역시 식욕을 증가시키는 호르몬 변화로 이어져 과식을 유발한다.

정태흠 교수는 “최근 인기를 끄는 주사형 비만약은 뇌의 포만중추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고 위 배출을 늦춘다. 하지만 지방을 ‘녹이는 약’이 아니며, 구역·복통·설사·변비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임신 중이거나 가능성이 있는 경우, 모유 수유 중인 경우에는 사용해선 안 되며, 위장관 질환이나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환자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비만 치료의 중심은 약물이 아니라 식이·신체활동·수면이라는 기본 생활습관의 재정립”이라며 “체중을 5%만 줄여도 혈압·혈당 개선, 지방간 호전 등 건강지표가 크게 향상된다. 규칙적인 식사, 단백질과 채소 위주의 식단, 가공식품·단 음료 감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루 30분 이상 걷는 유산소 운동은 체중 감량 뿐 아니라 스트레스 완화와 수면 개선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은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며, 규칙적인 식습관·신체활동 습관·수면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 방법이다.

한편 울산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는 고도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식이·운동·행동·약물치료를 통합 제공하는 전문 비만클리닉을 운영한다. 고도비만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질환이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생활습관과 심리요인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맞춤형 치료를 제공한다. 고가 약물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충분한 감량 효과를 이룰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