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도시 울산이 세계 창업 생태계 평가에서 처음으로 상위 500위권에 진입했다. 글로벌 창업 생태계 평가기관 ‘스타트업블링크’가 전 세계 1400여개 도시의 창업 인프라, 인재, 투자, 혁신 역량 등을 종합 평가한 결과다. 자동차·조선·화학 등 전통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와 대·중소기업 간 수직계열화로 창업 환경이 척박한 울산의 현실을 고려하면, 이번 순위 진입은 분명 고무적이다.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스타트업 창업·혁신 생태계가 점차 자리 잡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울산시는 스타트업블링크가 주관한 2025 창업도시 시상식에서 ‘아시아 라이징 창업도시’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올해 발표된 세계 창업도시지수에서 울산은 글로벌 546위, 동아시아 46위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서울, 대전, 부산에 이어 네 번째 순위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시는 제조업 기반 위에 창업과 혁신이 결합한 새로운 성장 동력이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평가에 따르면 울산은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 및 데이터 분야 등 13개의 스타트업 기업을 보유했다.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울산지역 누적 스타트업 투자액은 약 5억 달러에 달한다. 이들 기업 중 35%는 10명 이상 50명 미만의 직원을 둔 중소 규모로 성장했다.
그러나 성과만으로 자만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울산의 스타트업 수는 고작 13개로, 대전(66개), 부산(30개), 대구(17개), 광주(14개)에 못미친다. 제주·강릉(각 12개)과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경기 성남이 168개의 스타트업을 보유한 것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극명하다. 순위 상승만으로 ‘창업도시 울산’이 현실화됐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창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이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기업생멸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의 신생기업은 대폭 줄어든 반면, 소멸기업은 늘었다. 신생기업 생존율 또한 1년 차부터 7년 차까지 전 구간에서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특히 4~7년 차 생존율은 17개 시·도 중 최하위로 추락했다.
울산의 창업 생태계는 아직 글로벌 무대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속 가능한 혁신 없이는 반짝 성과에 그칠 수 있다. AI 등 신산업과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성장하도록 정책·산업적 지원을 강화해 제조업 도시를 넘어 신산업과 창업이 공존하는 진정한 ‘라이징 창업도시’로 거듭나야 한다. 민선 8기 34조원 투자유치와 AI 데이터센터 유치로 미래 도시로 도약하는 지금이 그 전환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