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
▲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을 바라보면 계절의 깊이가 한층 짙어진다. 여름 내내 넉넉한 그늘을 드리우던 나무들도 초록을 벗고 붉은빛과 노란빛을 입는다. 이런 시기가 되면 떠오르는 나무가 있다. 울주군 두동면 봉계리 산 138번지에 자리한 계당마을 느티나무다. 오랜 세월 마을의 중심을 지켜온 이 세 그루의 느티나무는 2010년 12월 울주군 보호수로 지정되었다.

석축 위에 서 있는 느티나무들은 남북 32m, 동서 16.8m 가량의 공간에 나란히 자리하며 서로 가지를 맞대고 있다. 그중 가장 큰 나무는 뿌리둘레 5.6m, 가슴높이둘레 4.4m에 이른다. 가운데 서 있는 나무는 혹을 하나 달고 있다. 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보인다. 북쪽의 나무는 옛날 속이 비어 쓰러질 위험이 있었으나 충진재로 속을 채우고 버팀대를 설치해 보호하고 있다.

나무 아래에는 주민들이 쉬어 갈 수 있도록 정자를 만들어 놨다. 여러 개의 벤치들도 놓여 있어서 봉계숯불고기단지를 찾는 사람들이나 주민들에게 소중한 쉼터가 된다. 동쪽에는 논이 펼쳐지고 북서쪽으로는 하천이 흐른다. 일부 공간이 석축과 콘크리트로 정비되어 있지만 뿌리 끝은 논과 하천가의 흙과 닿아 있어 생육 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편으로 보인다.

▲ 울주군 두동면 계당마을 느티나무.
▲ 울주군 두동면 계당마을 느티나무.

느티나무의 비늘처럼 벗겨지는 줄기껍질은 세월의 깊이가 배어있다. 이 세 그루는 대략 2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된다. 예전부터 마을 주민들은 이 나무 아래에서 쉬고, 이야기를 나누며 삶을 함께해 왔다. 지금도 마을의 당산나무로서 주민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상징적 존재다.

느티나무는 예부터 단단한 목재로 ‘괴목’이라 불렸다. 또한 넉넉한 그늘을 드리운 정자나무로 사랑받아 왔다. 계당마을 느티나무는 단순한 보호수를 넘어, 마을의 역사와 인연을 품은 귀중한 자연유산이다.

가을빛이 깊어지는 지금, 세월을 견딘 이 느티나무들의 아름다움도 더욱 빛난다. 앞으로도 이 귀한 나무들이 오래도록 건강하게 마을을 지켜주기를 바란다.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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