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가장 효과적으로 잘 이용하는 단체장이 김혁규지사다. 당소속은 야당이면서 대통령을 이용하는 것은 여당보다 잘 한다" 최근 청와대에서 전 국무위원과 시·도지사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김혁규 경남지사에게 지역균형 개발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서 한말이다. 참석자들이 모두 웃자 "너무 잘 하니까 보기 좋아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한 김대통령은 야당 소속이면서도 밉지 않게 대통령을 잘 활용해 굵직굵직한 요구사항을하나하나 관철해낸 단체장으로 김지사를 기억하고 있었다. 지난 13일 오전 청와대에서는 대통령 주재로 "2000년도 정부업무 평가보고회"가 열렸고 이 자리서 경남도는 광역자치단체 평가 도부분 종합 1위를 차지했다. 김지사는 이 자리서 "과거 산업경제 시대에는 중앙집권적이고 획일적인 것을 존중했으나 21세기 정보통신시대에는 지방적이어야 한다"며 "지역민들은 자식을 서울로 대학보내고 중견기업은 자금대출을 위해 서울로 가는 등 모두 서울만 쳐다본다"고 지적했다. 김지사는 이어 "시중은행 본점이 모두 서울에 있어서는 안된다. 미국에도 시중은행이나 대기업은 워싱턴DC에 거의 없다"고 전제, "시중은행과 대학, 대기업을 지방에 분산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김대통령은 이에 대해 "중앙집중현상은 참 문제"라며 "자치단체장들은 외국 기업들 상대로만 세일즈 하지 말고 국내 중앙기업들에도 세일즈하고 인센티브를 줘 유치하려고 해야한다"고 화답했다. 김대통령 지적대로 김지사가 대통령을 효과적으로 이용한 사례는 적지 않다. 우선 지난해 11월 3일 김대통령 초도순시 당시 김지사는 업무보고 등 정해진 회의순서가 거의 끝나는 순간 시나리오에 없는 돌출발언을 했다. 김지사는 "대통령님께 외람된 말씀을 좀 드리겠다"고 시작, "이미 건의한 진사공단 외국인 전용공단 지정과 예산지원이 기획예산처와 산업자원부간 협의 지연으로 계속 늦어지고 있으니 특별히 관심을 갖고 챙겨달라"고 부탁했다. 결과적으로 김지사의 각본에 없는 발언으로 전사공단은 외국인전용공단으로 조기에지정돼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례없는 이같은 김지사의 행동에 적잖게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오후에는 대통령을 수행하는 차내에서 첨단양돈단지 진입로 필요성을 역설해 즉석에서 30억원 지원을 약속받았다. 지난해 상반기 정부가 대구의 밀라노프로젝트와 부산의 신발산업 등만 지역특화산업으로 지정, 재정지원키로 한 것을 놓고 김대통령에게 경남의 기계산업도확실한 비교우위 산업이라는 점을 설득, 메카노 21 사업비 4천325억 지원을 약속받기도 했다. 지난해 3월에는 프랑스를 방문한 대통령을 수행해 외자유치 활동을 벌이면서 거가대교 건설 지원을 확약받기도 했다. 이같은 김지사의 행보는 취임과 동시에 내건 경영도정의 일환으로 외자유치와 해외시장개척 등에서 다른 지자체들과 확연히 앞선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러한 대형 프로젝트와 외치의 화려한 성과도 중요하지만 서민들을 위한 복지행정 구현과 공익성과 상업성의 충돌 해소, 대형 사업들의 내실화에도 귀기울일 때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