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가 30여년의 서울 종로구 소격동 시대를 마감하고 오는 2007년까지 서초구 내곡동으로 이전키로 함에 따라 총 8천259평에 이르는 이 부지의 활용방안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무사 터는 바로 앞에 전통의 경복궁이 자리잡고 있을뿐 아니라 주변에 현대적 미술관과 화랑이 줄지어 있어 문화공간으로 쓰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와 관련, 문화관광부는 기무사의 이전입장이 공식 표명된 만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활용방안을 확정짓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나온 방안 중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은 미술관 시설로, 특히 국립현대미술관이 여기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미술관의 분관을 이곳에 설치해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센터같은 복합문화공간으로 키워가겠다는 것이다. 과천에 있는 현대미술관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접근성이 크게 떨어져 도심이전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주변에는 금호미술관, 선재아트센터, 갤러리 현대, 국제화랑, 학고재, 인 갤러리 등 14개의 크고 작은 화랑이 밀집해 있어 이같은 구상이 그 나름의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근의 미국대사관 숙소가 옮겨가기로 이미 확정된 상태라는 점까지 감안할 때 인사동~사간동~소격동을 잇는 미술의 거리가 폭넓게 조성될 수 있다는얘기다. 이와 관련,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은 지난해 6월 "경복궁, 인사동과 연결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한국의 대표적 문화벨트로 만든다는 것을 기본방침으로 하되그 가운데 미술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없지 않다. 반론은 기무사 터가 갖고 있는 역사성에 대한 체계적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기무사 터는 조선시대에 도교의 초제를 맡은 관아인 소격서와 왕실 종친에 관한 일을 보던 종친부 그리고 소격서, 규장각(정조 때) 등이 있었던 자리다. 따라서 도교박물관이나 규장각, 종친부를 복원해 전통 주제의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몄을 때 인근 경복궁과 가회동 한옥마을, 비원, 창덕궁과 어울려 명실상부한 전통문화지대로 거듭 날 수 있다는 얘기다. 기무사 터는 1971년에 기무사의 전신인 육군 보안사령부가 이전해오면서 역사적 영욕을 함께 해왔다.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자신이 보안사령관으로 있을 때 이곳을 발판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에 성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