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1월. 늘 낯익은 얼굴로 다가오는 기호이지만 "새로운 시간"이란 말로 내게 주어진 그 "새로운 코드"를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올해 해야할 수많은 새로운 도전들이 눈앞에 그려진다. 그중에 하나가 학교 도서실 운영의 "새로운 코드"다. 지난해에 아이들과 함께 만든 작지만 아담하고 깨끗한, 제법 멋진 도서실을 올해는 학생들이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학교의 도서실은 아이들이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고 즐겁게 놀다 갈 수 있어야 한다. 방학 때도 문을 열어서 좋은 책을 아깝게 가둬두지 않는 곳이어야 한다. 자료를 찾고 책만 읽는 장소가 아니라 놀이터나 삶터로 생활 속에 보다 가까이 자리잡아야 한다. "해와 달도 쉬어 가는 숲 속의 작은 연못"같은 도서실도 필요하다. 그러나 21세기의 도서관의 장소는 조용한 곳이 아닌 시장과 같은 곳, 곧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과 가까운 곳에 자리잡아야 한다고 전문가들도 말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문화를 만들어 내는 일차적인 장소는 다양한 삶의 공간이라고 본다. 그런 공간을 압축시켜 놓은 곳이 도서관이라고 볼 수 있다. 요즘은 컴퓨터에서 검색어만 치면 원하는 정보가 줄줄이 쏟아지는 세상이지만 컴퓨터로 정보를 얻는 것과 책을 통해서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쉽고 편리하고 가벼운 문화도 필요하지만 좀더 깊고 그윽하고 다양한 문화가 가득한 세상은 얼마나 향기로울까. 지난해 도서실을 만들때는 낯설음에 대한 도전을 시작하는 마음이었다. 작은 것에 감동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게 하는 곳을 만들고 싶었다. 깊은 마음으로 대상을 따스하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게 하는 곳을 학교 안에 두어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이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요즘 아이들"의 외면이 자못 걱정스럽기는 했지만 진실은 반드시 통하는 법. 아이들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날마다 들러서 책을 만지작거리다가 돌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한해동안 나를 얼마나 즐겁게 했던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오는 아이들도 있었고, 어떤 반에서는 50여명의 아이들이 5개월 동안 600여권의 책을 빌려보기도 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책을 많이 빌려보는 아이들 반의 수업 분위기와 자긍심이 다른반 아이들과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신들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들의 문화가 조금씩 향상되고 있음을 눈치챌 수가 있었다. 아이들에게 책 읽는 재미를 물어보면,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는 기분이다", 또 "머리 속이 넓어지는 걸 느낀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사랑밖에 없다"는 등 수준있는 말들을 쏟아냈다. 그들의 새 세상에 대한 "눈뜸"은 눈부시다. 역시 도서관은 주체적인 인식 속에서 다양성을 향유할 수 있는 이성을 길러주는 장소였다. 이제 학교의 문화도 다양한 형태로 바뀌어가고 있다. 학교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내는 한 방법으로 또 다른 도서실 꾸미기를 2001년 1월에 생각해 본다. "모범생"도 "낙오자"와 "어중이"와 함께, 나름의 흥미 있는 책을 읽는 모습을 그려본다.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