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들렀던 한 재즈카페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신이 난다. 우리나라에서 내로라는 재즈 음악가들의 무대가 한판 벌어진 것이다. 울산공연을 막 마치고 뒤풀이로 들어온 듯, 한잔 기울일 틈도 없이 타악기 주자가 무대로 향했다. 준비를 하는 사이 콘트라베이스가 거기에 더하더니 피아노도 합세해 신명을 돋군다. 노래와 색소폰 연주". 어깨가 들썩거려 박수를 안치고는 못 배길 판이었다. 클래식에서는 별로 느낄 수 없는 즉흥성과 활력이 음악에 들뜨게 한다. 한마디로 유쾌하다. 항상 많은 시간을 투자해 준비한 것에 비해 때로 무대의 긴장감을 풀지 못해 마음에 들지않는 연주를 했던 나의 경험을 생각할 때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클래식도 이처럼 자유롭게 즐기면서 연주하려는 시도가 곳곳에 보인다. 오스트리아 사람조차도 잘 알지 못하는, 헝가리 국경에서 8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조그마한 마을 록켄하우스(lockenhaus). 이곳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래머(gidonkremer)가 주축이 되어 매년 여름 실내악 페스티발을 연다. 이 록켄하우스콘서트는 정말 음악을 사랑하는 연주가와 청중이 함께하는 그런 음악회이다. 기돈 크래머가 표현했듯이 지구상의 한 점일 뿐이었던 작은 전원도시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동경지이며 이상이 된 것이다. 그렇게 떠들썩 하지도 않으며 상업성과 거리가 먼 순수하고 열정적인 연주가들과 그에 못지않은 정열을 가진 그 지역주민의 절대적인 지지에 의해 유머와 해학이 넘치는 특별한 곳으로 자리잡았다. 한장의 음반에 10여년 동안 연주되었던 앙콜곡 모음이 이 곳의 분위기를 확실히 보여준다. 울산에도 이런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아무런 대가 없이 음악회를 열고 연주가나 음악애호가나 그저 좋아한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이곳 울산에도 록켄하우스같은 흥과 흥분이 가득할 날이 멀지 않으리라. 긴장이 싫어 클래식이 싫다는 사람을 놀라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