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실시된 서울대 면접고사는 일부 학과(부)에서 수험생들의 대학수학능력을 실질적으로 측정하는데 역점을 둬 사실상 심층면접식으로 실시됐다. 그러나 이같은 면접방식은 교육부가 금지하고 있는 사실상의 지필고사라는 지적도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런 출제경향을 예상치 못했던 수험생들은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했으며 일부 수험생들은 답변을 하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 공대 전기공학부 수험생들은 이날 기본소양과 함께 교과적성시험의 하나로 수학과 물리시험을 즉석에서 각각 20분씩 치러야했다. 또 수험생들은 문제를 다 푼 후에는 평가교수에게 어떻게 풀었는지 그 과정을 설명해야 했으며 미심쩍은 부분에 대해서는 교수들로부터 질문세례를 받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평가교수들은 수험생들의 틀린 부분을 즉석에서 지적, 정답에 이르는 정확한 과정을 설명하면서 수험생의 이해능력도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수험생들은 밖에 나가서 절대 문제를 유출하지 않겠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어떤 불이익도 감수하겠다는 서약서를 쓰기도 했다. 수능 392.5점을 받은 지방 과학고를 졸업한 최모군(19)은 "수학, 물리 모두 처음 보는 문제 유형이어서 무척 당황스러웠다"며 "수학 못한다는 소리를 듣기는 오늘이처음"이라고 말했다. 자연대에서도 △식혜가 단 이유를 설명하고 식혜제작 3단계를 바꾸면 식혜가 만들어지지 않은 이유는 뭔가 △청동기 시대가 철기시대보다 앞선 이유를 철과 구리의 물리적 성질과 연관해 설명하라 △행성에 구덩이가 생기는 이유를 대고 수성이 지구보다 구덩이가 많은 이유를 설명하라 등 까다로운 질문이 쏟아졌다. 인문사회계에서도 △영어와 국어 문법의 가장 큰 차이는 뭔가(인문대 언어학과) △(특정지역 지도를 보여준 뒤) 이 지역의 특성을 설명하라(지리교육과) 등 대학에서의 공부를 위한 기초소양을 묻는 질문과 추가질문이 제기됐다. 지구환경과학계를 지원한 장정길군(18·제주일고3)은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즉흥적으로 답하기보다 응용해서 답변하는 내용이 많았다"며 "특히 답변내용에 대해 꼬리를 물듯 꼬치꼬치 되물어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서울대 일부 학과에서 심층면접식으로 시험을 치른 것은 2002학년도부터 논술고사가 폐지되고 대신에 심층면접 및 구술고사가 실시됨에 따라 심층면접 및 구술고사의 전초전으로 올 면접시험의 성격을 규정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기초 소양에 대한 평가에서는 △서울대 폐교론 △인터넷 안티사이트 △왕따문제 등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시사문제들에 대한 견해를 주로 물었다. 특히 서울대는 기본소양의 경우 문제은행을 만들고 각 수험생들이 제비뽑기로 2개 문제를 선택하게 한 뒤 이중 자신있는 한 문제에 대해서만 답하도록 하는 방식을 채택, 면접시험에서의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교육계 일부에서는 이날 서울대 일부 학과(부)의 수학, 물리 평가방식에 대해"교육부가 금지하고 있는 사실상의 지필고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대해 서울대측은 "학생들의 문제풀이과정 및 이에 대한 논리적 설명을 측정하는데 역점을 둔 만큼 지필고사와는 다르다"며 "이런 것까지 지필고사라고 규정하면 심층면접의 허용한계가 뭐냐"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