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정부투자기관 후원금 지원 요청 물의 사건은 시민단체의 재정 확보 및 투명성, 열악한 재정 해법을둘러싼 딜레마를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경실련은 지난 11월 후원회 행사를 개최하면서 한전, 주택공사, 석유공사, 토지공사, 관광공사 등 5개 공기업에 후원금 지원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고 이중 3곳에 보낸 공문에는 후원금 액수를 1천만원으로 명시했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시기적으로 각 정부투자기관에 기관장 판공비 사용내역을 청구했던 시점이라 후원금 확보를 위해 간접적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경실련측의 해명에 따르면 "관행"에 따라 "공공성"있는 공기업들로부터 지난 97년부터 재정 지원을 받아왔었고 지난해에는 문서를 남긴다는 측면에서 처음으로 공문을 발송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이 빚어진 것은 경실련의 재정확충이 서구처럼 폭넓게 네트워크화된 회원망의 자발적인 후원금이 아니라 명망있는 시민운동가들의 임시변통, 안면장사로 재정을 확충할 수 밖에 없는 한국 시민운동의 일천한 역사때문이다. 지난해 경실련으로부터 후원금 요청을 받은 5개 공기업중 대한주택공사(500만원), 한전(500만원), 석유공사(200만원) 등 3개 공기업은 모두 1천200만원의 후원금을 내 당시 후원금 1억300여만원의 12%를 조달했었다. 또 상임집행위원 등이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10개 사기업으로부터 4천700만원을 모았고, 개인 후원금으로 4천485만원을 조달했다. 물론 지난 연말 경실련이 발표한 13개 정부투자기관장 판공비 사용내역에서 후원금을 낸 이들 공기업들도 판공비 예산이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등 비판 대상에 포함돼 후원금 요청이 판공비 실태 발표와 연계된 것이라는 의혹은 일단 불식됐다. 그렇지만 시민단체의 견제.감시 대상이 되는 공기업들에 자발적인 후원금이 아니라후원금을 적극적으로 나서 거둬들이는 방식에 대한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산하 단체 3곳과 지방 경실련 단체 35곳까지 거느리고 있는 경실련은 중앙조직만 해도 1년 예산이 10억원이나 되지만 3만5천여 회원들의 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예산의 30∼40%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나머지는 후원회를 통해 공기업·사기업으로부터 거둔 후원금과 경실련 발행 월간 잡지의 광고수입 등으로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비해 시민운동의 다른 한축인 참여연대는 공기업이건 사기업이건 기업들로부터 100만원 이하의 후원금을 받고 있고 월 지출액 8천여만원중 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천5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폭넓은 회원 네크워크를 갖춘 참여연대도 재정적 압박을 받기는마찬가지인데다 재벌 감시에 주력하고 있어 회비 증가가 절실해 올해 회원 2만명 이상 배가 운동에 들어간 상태다. 환경운동연합도 지난해 10월30일 후원의 밤에서 모금한 1억5천900여만원중 기업 42개사로부터 100만원∼1천만원씩 9천800만원(61.6%)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기업 의존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운동연합은 그러나 "후원의 밤은 2000년 재정 수입의 9%에 불과하고 현안환경문제와 관련있는 기업이나 환경파괴 기업으로 지목되는 정부 공기업들로부터는 단 1원의 후원도 받은바 없다"고 덧붙였다. 단 한국담배인삼공사(300만원), 한국통신(200만원) 등 공기업으로부터는 50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녹색연합은 지난해 12월 역시 후원의 밤에서 총6천500만원을 모금했으며 이중 회원들이 3만∼20만원씩 후원한 금액이 5천500만원이다. 녹색연합은 그러나 월지출 3천만원중 회비 비중이 42%정도에 그치고 있고 나머지는환경관련 정부 프로젝트 수주나 교육사업에서 충원하고 있어 장기적 재정 독립성을 위해 올해 회원사업부를 신설, 회원 발굴과 건전 기부문화 정착에 나섰다. 외국 시민단체들의 경우 개인적으로 내는 소액 기부금 형태로 재정의 상당 부분을 충원하고 일부 액수를 재단에 지원을 요청하거나 기업의 협찬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우리 시민단체들도 개인회원 확충이 가장 시급한 과제인 것으로 보인다. "